'병원 밖으로' 토스·빗썸 등 새로운 진로 찾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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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19-12-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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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편 송금 앱 만든 이승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

  • 빗썸 인수 주도했던 김병건 회장은 성형외과 출신

  • 의사 두 명 중 한 명은 다른 분야 진출 고려해

 

토스를 이끄는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사진=아주경제DB]

 
병원 밖을 나와 새로운 직종을 찾는 의사들이 눈에 띈다. 간편 송금 앱 토스(Toss)를 이끄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Bithumb)의 인수계약에 나섰던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주인공이다.

토스는 16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받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제3인터넷은행에 합류하게 됐다.

토스를 이끄는 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이 대표는 자본금 5000만 원, 임직원 5명으로 스타트업을 만들어 5년 만에 자산 가치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대표는 2007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했다. 돌연 진로를 틀 기로 한 건 영향력의 가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한 스타트업 콘텐츠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만나는 환자들의 삶을 넘어 넓은 범위에 걸친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싶었다"며 사업 시작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는 3년간의 공중보건의 소집해제 바로 다음 날 의사 가운을 내려놓고,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시작은 막막했다. 2014년 4월 토스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4시간 만에 2000명이 모였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은 자동이체 기능을 송금에 이용하는 걸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비스는 결국 2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후 1년 동안 이 대표는 규제를 풀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간편결제 필요성을 설명하며 정부 설득에 나선 것이다. 결국 토스는 8개월 뒤에 서비스를 재개했고, 금융과 IT기술을 접목한 핀테크 열풍을 따라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 건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이 6월 발표한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기업은 39개이며 이중 국내 유니콘 기업은 토스가 유일하다.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의 인수계약을 체결한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 [사진=빗썸 제공]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의사 출신 기업인의 투자가 눈길을 끌었다.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주도했다. 비록 2700억 원의 잔금을 치르지 못해 인수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 시장 진출의 문을 두들긴 것은 김 회장이 처음이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거쳐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 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다 1995년 BK성형외과(전 BK동양성형외과)를 세웠다.

김 회장은 증권가에서 이미 유명 인사였다. 2004년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비트컴퓨터에 투자해 20억여 원의 차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 2007년에는 바이오 업체 휴젤에 투자해 1600억 원 수준의 휴젤 지분 가치를 보유하게 되면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이후 김 회장은 싱가포르에 머물던 중 블록체인을 접한 뒤 블록체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ICO(가상화폐 기업공개) 자문 업체인 ICO플랫폼을 싱가포르에 세우는 등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이 김 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BK글로벌컨소시엄에 약 4000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병건 회장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앞으로도 의사들의 투자 바람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현직 의사 두 명 중 한 명은 다른 분야 진출을 고민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산대학교 교육발전연구소가 올해 9월 발행한 '의사의 타분야 진출에 대한 학생과 교수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의과대학 교수 45명 중 35명(77.8%)이 다른 분야 진출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심각하게 고려해봤다는 비중은 8명 중 1명이었다.

권태훈 대한치과의사협회 공공군무이사는 의사들의 타 분야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 이사는 "의사들의 타 분야 진출은 진로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와 같이 금융계뿐만 아니라 법조계에도 치과의사들이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의사들이 진출한다면, 해당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후배 의사들이 쉽게 조언을 얻고 다양한 산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로 다각화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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