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의 심리렌즈] 김지유의 위생관념이 남긴 질문, 더러움은 어디서 시작될까?

  • 19일 SBS '미운우리새끼'서 '공포 하우스' 공개…곰팡이·썩은 과일·쌀벌레까지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됐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됐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된 뒤 시청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9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김지유의 자택을 찾은 한혜진과 엄지윤의 모습이 그려졌다. 김지유의 냉장고에는 곰팡이가 핀 음식과 썩은 과일, 채소가 있었고, 쌀통에서는 쌀벌레가 발견됐다. 김지유는 "이렇게 된 줄 몰랐다", "버리려고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출연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김지유는 머리를 6일간 감지 않은 적이 있고, 연애 중에도 모자를 쓰며 버틴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방송은 웃음으로 흘러갔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털털함'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 나온 모습만으로 김지유 개인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단정할 순 없다. 관찰 예능은 언제나 편집과 캐릭터화 과정을 거친다.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김지유가 집 관리에 신경 쓸 여유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방송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사람은 왜 자신의 생활 공간이 무너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게 될까.

위생관념은 깨끗함을 좋아하느냐, 더러움을 참을 수 있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신의 몸과 공간을 어디까지 관리 대상으로 인식하느냐의 문제다. 어떤 사람에게 집은 회복의 공간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집은 그저 몸을 던져두는 장소가 된다. 바깥에서 에너지를 모두 쓰고 돌아온 사람에게 청소와 정리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다음으로 미룰 일'이 된다.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됐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됐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집 관리 소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건 먼저 감각의 둔화다. 처음에는 거슬리던 냄새, 얼룩, 정리되지 않은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배경처럼 느껴진다. 외부인이 보면 충격적인 상태라도, 당사자에게는 '늘 있던 상태'가 된다. 김지유가 "다 이렇게 산다"고 말한 장면이 그렇다. 뻔뻔함이라기보단, 자신의 생활 기준이 타인의 기준과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반응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실행 기능의 부담이다. 청소는 '치우면 되는 일'이 아니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고, 냉장고를 비우고, 음식물을 처리하고, 바닥을 닦고, 다시 같은 상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의료기관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은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을 계획, 조직화, 문제 해결, 감정 관리 등 일상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청소는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정리하고 실행해야 하는 복합 과제다.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에서 발견된 딸기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에서 발견된 딸기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먹다 남은 치킨을 냉장고에 보관한 코미디언 김지유의 모습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먹다 남은 치킨을 냉장고에 보관한 코미디언 김지유의 모습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더러움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미 커진 일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야 한다, 썩은 음식을 봐야 한다, 버려야 한다, 닦아야 한다, 다시 정리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덩어리로 느껴질 때 사람은 가장 쉬운 선택을 한다. 모른 척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회피의 누적이다. 집이 조금 지저분할 때는 치우면 된다. 하지만 일정 선을 넘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청소는 정리가 아니라, 자신이 방치해온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된다. 외면한 시간만큼 상황은 더 커지고, 커진 상황은 다시 외면을 부른다.

네 번째는 자기돌봄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현상이다. 위생관념이 낮아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든 영역에서 무책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일에서 성과를 내고, 방송에서 에너지를 쓰고, 사람들 앞에서 밝게 기능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에너지가 바깥을 향해 먼저 소진된다는 데 있다. 외부 평판은 관리하지만, 정작 자신이 머무는 공간과 몸은 뒤로 밀리는 것이다.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됐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코미디언 김지유의 집이 공개됐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캡처]

김지유의 '공포 하우스'는 자기돌봄의 지연에 가깝다. 씻는 일, 버리는 일, 정리하는 일, 공간을 회복하는 일이 계속 뒤로 밀리는 상태. 특히 연애 중에도 머리를 6일간 감지 않았고, 모자를 써서 버텼다는 고백도 몸을 돌보는 기준과 맞닿아 있다. 모자는 흥미로운 장치다. 감지 않은 머리를 해결하는 방법은 씻는 것이지만, 김지유는 모자로 가리는 방식을 택했다. 위생을 '나를 쾌적하게 만드는 일'보다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일'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모자를 빠는 일마저 귀찮다고 느꼈다면, 감추는 도구조차 관리되지 않는 것이다. 자기돌봄의 우선순위가 상당히 뒤로 밀려난 상태로 읽힌다.

누군가의 더러운 집은 그 사람의 게으름을 보여주는 게 아닐 수 있다. 바깥의 삶은 굴러가지만 안쪽의 삶은 멈춰 있는 상태, 생활 관리의 균형이 무너진 모습일 수 있다. 웃기면서도 현대인의 단면이 스쳐간다. 예능은 그걸 보여줬고, 시청자는 그 장면 앞에서 웃음과 불쾌감 사이에 멈춰 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