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수직통합이냐, 연합이냐…롬의 선택은?

  • 덴소, 1.3조 엔 베팅으로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승부

  • 도시바·미쓰비시전기와 손잡되 독립 유지… 두 길의 득실

사진롬 홈페이지
[사진=롬 홈페이지]



재편 국면에 들어선 일본 전력반도체업계에서 이제 관건은 롬의 선택이다. 덴소의 인수 제안과 도시바·미쓰비시전기와의 3자 연합 구상이 맞서는 가운데, 어느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산업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덴소는 롬 인수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가 '달리는 컴퓨터'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전력반도체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설계부터 생산·장착까지 일괄 담당하는 수직통합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용 칩을 자체 설계하고, BYD가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통합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 하야시 신노스케 덴소 사장은 "반도체가 차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며 롬과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롬 입장에서 덴소의 제안은 토요타그룹 편입을 통해 자금력과 차량용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AI 서버 등 성장 사업 확대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롬의 아즈마 사장은 "덴소에 종속되면 고객들이 공급 중단을 우려해 롬을 1순위 공급처로 쓰기 어려워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영 독립성을 중시하는 롬의 창업 정신도 걸림돌이다.

이런 가운데 롬이 꺼내든 카드가 도시바·미쓰비시전기와의 3자 연합이다. 롬의 SiC 차량용, 도시바의 저·중전압, 미쓰비시전기의 고전압 산업·인프라용 반도체를 결합하면 인피니언처럼 복수 제품을 묶어 판매하는 종합 체제를 갖출 수 있다. 3사 점유율 합산 시 약 10%로 인피니언(17%)에 이어 세계 2위 규모가 되며, 자동차·산업·인프라·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시황 변동에 강한 포트폴리오도 구축할 수 있다.

도시바와 미쓰비시전기 역시 절박한 입장이지만, 두 회사의 처지는 다소 다르다. 구조조정을 거친 도시바는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으로, 지금이 사업 재건을 완성할 적기라는 판단이다. 반면 미쓰비시전기는 전력반도체 세계 4위 업체임에도 차량용 비중이 12%에 불과해 성장 분야에서 존재감이 약하다. 현재 영업이익률 14.5%라는 호실적을 배경으로 협상 주도권을 쥐려 하지만, 그만큼 양보의 여지도 좁다. 미쓰비시전기는 최근 후쿠오카와 구마모토에 신공장을 완공하고 증산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어서 3사 통합에 따른 생산 거점 재편에는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두 선택지가 사실상 동시에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롬이 덴소를 택하면 도시바와는 결별해야 하고, 반대로 도시바를 선택하면 덴소와는 갈라설 수밖에 없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밝혔다. 덴소와의 수직통합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아진다. 반면 3자 연합은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지만 의사결정의 복잡성과 주도권 갈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3자 연합은 기업마다 다른 공정 노하우와 투자 전략으로 인해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바·소니·히타치의 액정 사업 통합으로 출범한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다자 통합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선례로 거론된다.

실제로 이번 재편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아사히신문은 덴소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보루이자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 선임 컨설팅 이사의 분석을 인용해 "롬이 데이터센터 등 자동차 외 분야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어 덴소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수직통합과 연합이라는 두 해법 가운데 어느 쪽이 경쟁력을 입증하느냐. 롬의 선택은 한 기업의 생존 전략을 넘어 일본 전력반도체 산업 전체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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