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이 즐거운 日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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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11-2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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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무역전쟁 장기화에 일본 어부지리...자동차·부동산 등 호조

  • 도요타, 中서 올해 신차 123만대 팔아...지난해보다 3계단 올라

  • 화웨이, 日 부품 수입 작년보다 50% 급증..."내년엔 더 늘 것"

  • 내년 도쿄올림픽 붐 타고 일본 부동산 외국인투자까지 급증

일본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장기간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실적호조를 기록하고, 중국의 주요 기업도 대대적인 일본 투자가 성사되는 등 곳곳에서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픽=아주경제]

◆일본車, 중국서 약진··· 신차 판매 2위

올해 들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판매 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영문 자매지인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올해 1~9월에 도요타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123만대의 신차를 판매해 독일 폭스바겐(295만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 대수 기준 5위를 차지했던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를 제치고 3계단 상승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9월 7.8%로 올랐다.

이는 중국 시장 신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부진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자 개인 소비자의 승용차 구입 의욕이 상승하지 못해 신차 판매량이 16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은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통계를 인용, 10월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 줄어든 228만4000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10월 누계 신차 판매 대수는 2065만2000대로 작년 동기보다 9.7% 줄었다.

도요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들이 고율관세와 정치 리스크를 피해 중국이 아닌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에 적극 투자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도요타자동차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광저우 모터쇼'에 도요타 렉서스 브랜드 전기차(EV) 모델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EV를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 맞춤형 전략도 펼쳤다. 또 중국 시장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이고, 중국 내 대리점을 매년 50개가량 늘리며 중국 전역에 1300여개 지점망을 구축하는 등 중국 시장 개척에 열을 올렸다.

중국 정부의 환경보호 규제 정책으로 인해 연비가 우수한 도요타자동차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중국은 7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다.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도 올해 1~3분기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만대를 더 팔아 판매량이 3.2% 늘었다.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사진=웨이보 캡처]

◆美 공세 피해 日로 눈길 돌리는 中 기업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피해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는 중국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의 2인자인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최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일본기업으로부터 조달받은 부품의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증가한 1조1000억엔(약 11조8857억원)을 넘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 부품 공급국인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나서면서 수출을 줄여, 올해 '최대 공급국'이라는 타이틀을 결국 일본에 내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화웨이의 일본산 부품 수입은 지난해에도 7210억엔을 기록하며 2015년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량화 의장은 "일본기업은 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강하다"며 "내년에는 일본산 부품 조달 규모가 올해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니 등에서 공급받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용 센서 등의 조달을 늘릴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관련 부품 수입 증대를 시사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에 대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했다.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일부 반도체 기업과의 거래는 예외적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소프트웨어·부품 조달은 제한되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일본·유럽 등으로 눈길을 돌려 활로를 뚫으려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매년 거래업체를 모아 회의를 여는 등 관련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도쿄.[사진=게티이미지 뱅크]

◆日 부동산으로 향하는 '글로벌 큰손'

일본 부동산을 향한 '글로벌 머니'도 급증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의 스즈키 히데아키 리서치앤드컨설팅 팀장은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의 실물거래가 외국계 부동산형 사모펀드 쪽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머니가 미·중 무역전쟁을 피해 일본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며 "일본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10월까지 일본 다가구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8억4840만 달러(약 9990억원)로 2018년의 4억6260만 달러 보다 크게 늘어났다. 독일 보험사이자 세계적인 기관투자자인 알리안츠그룹과 영국계 부동산펀드 운용회사인 M&G리얼에스테이트의 부동산 인수건 등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SCMP의 분석이다.

알리안츠그룹은 블랙스톤으로부터 일본 렌털아파트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12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의 사모 펀드가 운영하는 자금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 위치한 82개의 다가구 자산을 인수했다. 알리안츠 부동산 대변인은 이번 계약이 아시아에서 회사의 첫 아파트 자산 인수라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 관광 붐에 따른 투자 증가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동산 투자 1순위로 올라섰다. 지난 6월까지 1년간 도쿄 오피스 거래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달했다.

리처드 반 덴 버그 M&G인베스트먼트 부동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은 강력한 도시화 추세와 함께 4대 대도시의 순공급이 제한돼 있으면서 세계에서 셋째로 큰 아파트 주택 시장"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일본은 이제 안전한 '재산 도피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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