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제3의 범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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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10-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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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이춘재는 범인 가능성 희박... 사이코패스는 과시욕 강해"

  • 경찰, “이춘재, 범인만 아는 것 진술”

화성연쇄살인 사건 8차 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까지 ‘8차 사건’의 범인은 다른 ‘화성연쇄 살인 사건’과는 달리 모방범죄로 윤모씨가 범인인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화성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가 했다’라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결론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94년 8차 사건의 범인으로 피해자 오빠의 친구인 윤모씨를 지목했고 법원도 윤씨의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윤씨는 항소심부터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며 범행을 부인해 왔다.

아무도 귀기울여 듣지 않았던 윤씨의 항변은 최근 화성사건의 진짜 범인으로 지목된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윤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춘재는 최근 진행된 경찰조사에서 범행현장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했고 이 과정에서 ‘범인만 알수 있는 내용’까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가 범인일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춘재도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연쇄살인범의 경우, 자기 과시욕이 강하기 때문에 범행을 한번 시인하기 시작하면 자기가 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찰과 언론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된 상황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체액에서 확보한 증거에서는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인데 반해 이춘재는 O형이라는 점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수사형사로 화성사건을 영화화한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와 김상경의 롤모델로 알려진 김복준 한국범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춘재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윤씨가 (8차 사건의)범인이 아닐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나 혈액형, 지문, 거짓말 탐지기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이춘재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연쇄살인범 등 이른바 사이코패스들은 자기 과시욕이 강하다”면서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돼 가능성이 없고, 이미 4차,5차, 7차 9차 사건의 범인으로 확인돼 가석벙 가능성도 사라졌다고 생각된다면 교도소 내에서 영웅으로 행세하기 위해 범행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 3의 범인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수는 있다”면서 “만약 윤씨가 진범이 아니라면 제3의 범인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1호’ 중 한명으로 알려진 배상훈 교수 역시 “이춘재는 범인일 가능성이 낮다”면서 “제 3의 범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가장 높다”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증거들도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춘재가 범인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춘재가 자기과시욕이 강한 것 같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다른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춘재를 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재확인했다.

이춘재가 ‘범인만 알 수 있는 사항’을 진술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현재 남아있는 사건 관련 자료가 없고 퇴직한 전직 수사관들의 기억에 의존해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화성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화성군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10대 청소년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피해자 오빠의 친구인 윤모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법원은 윤씨의 범행을 인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씨는 20년간 복역하다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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