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 반대시위 사흘째" 중국군, 홍콩 시위대에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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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0-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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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를 쓰는건 범죄 아니야" 구호 외치며 대규모 시위

  • 中인민해방군, 홍콩 시위대에 첫 경고깃발 흔들어

  • 블룸버그 통신 "가장 폭력적인 주말을 겪었다"

홍콩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자 이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까지 나서서 시위대에 경고하는 등 긴장 상황도 연출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6월 초 홍콩서 시위가 본격화한 이래 "가장 폭력적인 주말을 겪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이날 홍콩섬과 카오룽에서 2개의 그룹이 오후 2시(현지시각)부터 수만명 규모로 가두행진을 했으며, 저녁 늦게까지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복면금지법에 항의하는 의미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스크를 쓰는 건 범죄가 아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몽콕, 완차이 등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일부 시위대는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치며 격렬하게 충돌했다.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반중 정서 고조로 중국기업을 표적으로 한 과격한 공격도 이어지며 프린스에드워드 등 곳곳의 중국 건설은행 ATM 등이 파괴되고 벽에는 'No China(중국 반대)'같은 반중 구호가 스프레이로 뿌려졌다. 중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내 3300여대 ATM 중 10% 이상이 파손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위에선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시위대에 경고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고 홍콩 명보 등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가 레이저와 손전등으로 카오룽반도 주둔 인민해방군 진영을 비추자 군인 여러 명이 지붕 위에 올라와 '경고한다. 당신들은 법규 위반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영어, 중국어(번체자)로 적힌 황색기를 내보이며 시위대를 향해 경고했다. 이어 확성기를 통해 '후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고도 외쳤다. 홍콩 주둔 중국군이 시위대에 경고 깃발을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SCMP는 전했다. 

시위가 과격 양상을 띠면서 홍콩 경찰의 진압도 세지고 있다. 명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6일에만 최소 20여명을 체포했으며, 이중에는 10대 청년들도 포함됐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이날 밤 11시까지 모두 11명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근 시위에선 10대 청년 두 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부상을 입는 사건도 발생해 시위대의 분노를 키운 바 있다.

 

6일 밤 홍콩 카오룽반도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진영에서 한 군인이 시위대를 향해 경고 깃발을 보이고 있다. [사진=홍콩명보]


앞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6월 초부터 넉 달간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약 50년 만에 긴급법(긴급정황규레조례)을 발동,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 자정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행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한 것은 50년 만의 처음이다. 긴급법은 홍콩 당국의 체포와 수색, 검열, 시위 불허 등을 더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 ‘준 계엄령’과 마찬가지다. 복면금지법에 불응하면 최고 1년의 징역을 선고하거나 최고 2만5000홍콩달러(약 381만7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사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 측의 발표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은 4일 마스크를 쓴 채 거리로 뛰쳐나와 과격한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성난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캐리 람 장관은 5일 "어제(4일) 홍콩은 폭도들의 극단 행동 때문에 `매우 어두운 밤`을 보냈다"며 홍콩 시위대를 폭도라 묘사, 폭력행위를 규탄하기도 했다.

5일 홍콩 지하철 당국은 시위 확산 우려에  지하철 10개 노선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모든 역을 폐쇄했다. 홍콩 지하철이 전면 중단된 것은 약 20년 만이다. 대다수 쇼핑센터와 상점, 은행도 이날 대부분이 문을 닫으며 도시 전체가 거의 ‘셧댜운(일시 폐쇄)’된 것과 다름없었다.  6일 홍콩 지하철 운영이 일부 재개됐지만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후 9시까지만 운영됐다. 다만 애드미럴티,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지하철역 절반 가량은 대규모 집회로 혼잡을 빚을 것이 우려돼 여전히 폐쇄됐다. 
 

6일 홍콩 경찰이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체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찍혔다. 사진은 영상캡처화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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