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야생멧돼지 사체서 '돼지열병' 바이러스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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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10-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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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F 감염 경로, 야생멧돼지 등 ‘북한 유입설’ 무게

  • 환경부 입장 바꿔 “ASF 임진강 수계 중심 전파, 멧돼지 포함 상상 못했던 매개체도 조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환경부는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 안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혈액을 정밀 진단한 결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비무장지대 우리 측 남방한계선에서 1.4㎞ 떨어진 지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경로로 ‘북한 유입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검사 결과가 ASF 전파 원인을 찾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날 “우리 측 남방한계선 일대에 설치된 철책은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DMZ로부터 남측으로의 이동이 차단돼 있다"며 “반면 북방한계선에 설치된 북측의 철책은 우리처럼 견고하지 않아 북측으로부터 DMZ 내로의 야생동물 이동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 방역당국에 즉시 통보했다. 접경지역 방역도 더 철저히 할 계획이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멧돼지 폐사체 등이 임진강을 따라 떠내려 올 가능성에 대비해 △하천수 바이러스 조사 △보트를 이용해 부유 폐사체와 하천변 정밀조사 △발견지역 인근에 멧돼지 포획 틀 설치 등 예찰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ASF 바이러스 검출 결과로 환경부 입장도 달라졌다.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북한 임진강 접경 지역으로부터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야생 멧돼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일 국정감사에서 “ASF 감염 경로의 특징이 있다면 임진강 수계를 중심으로 전파된다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하천수나 다른 날짐승 등이 넘어오는 등 상상하지 못했던 매개체도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매개체에는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 붙었던 모기나 파리, 진드기 등을 포함한다. 폐사체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하천과 강을 따라 퍼졌을 경우에 대비, 임진강 접경 하천수와 토양도 조사 대상이다.

이번 국감에서 여야 의원 모두 ASF 감염 경로로 북한 멧돼지를 지목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된 곳은 북한 접경지역에 몰려 있어 북한 멧돼지가 주 감염경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 멧돼지가 인천 강화군으로 월남했던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인천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6시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 해안가 모래톱에서 멧돼지 3마리가 발견됐다. 17일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날이다.

김 의원은 “멧돼지는 북한으로부터 헤엄쳐 바다를 건너와 약 14시간 40분 동안 해안가에 머물다 오후 8시 40분쯤 월북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북한 멧돼지나 하천수를 통한 ASF 전파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국방부 자료를 근거로 휴전선 철책이 지난 2년간 13차례 파손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ASF를 옮길 수 있는 북한 멧돼지들은 튼튼한 철책이 있어 절대 넘어올 수 없다고 한 국방부 장관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북쪽에서 넘어온 돼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던 농식품부 발표와도 다르다.
 

울주군 개천에서 죽은 채 발견된 멧돼지. [연합뉴스]

양돈, 가축 질병 전문가들도 북한을 통한 ASF 바이러스 유입을 가장 유력한 경로로 꼽았다. 특히 야생 멧돼지 직·간접적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준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북한이 군부대에서도 돼지를 사육한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김 부회장은 “군부대 돼지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됐을 것이고 폐사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접경지역 인근에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폐사체의 바이러스가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 쥐, 새 등에 의해 남한으로 옮겨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무장지대의 오염 가능성을 확인하고, 북한에 대한 소독제 지원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3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이어 김포시 통진읍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2건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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