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태문화도시 도약하는 '샘의 도시' 中지난

윤세미 기자입력 : 2019-09-19 00:30
中지난, 샘물 배경의 독특한 자연문화경관으로 유명 샘물을 도시 브랜드로 키우며 국제적 생태도시 도약 의료·소프트웨어 등 미래산업 육성에도 전폭적 지원
"집집 마당마다 맑은 물이 샘솟고 버드나무 드리운 곳."

100여년 전 청나라 말기 작가 류어(劉鶚)는 자신의 책 ‘라오찬 여행기(老殘游記)’에서 중국 산둥성의 성도 지난(濟南)을 이렇게 묘사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지난은 도시의 심장부에 시간이 멈춘 듯 한 세기 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강소기업과 첨단산업을 단단히 키워내면서도 고유의 자연과 문화를 소중히 보살필 줄 아는 조화로운 도시였다.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개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고심하는 지난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중국에 새로운 도시 발전상을 제시하며 세계적 생태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샘, 지난에 고유의 색깔을 입히다

출근 행렬이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 지난의 도로엔 빈 물통을 매단 전기 오토바이 부대가 달린다. 샘물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다.

물이 돌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가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해 흑호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샘에 다다르니 샘터에서 물을 긷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물맛이 얼마나 좋은데요.” 기자에게 물 한 모금을 건네는 주민의 눈빛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샘은 4000년 역사의 땅 지난의 오랜 일상이자 자랑이었다.

 

지난 10일 이른 아침부터 흑호천 옆 약수터에 샘물을 뜨려는 주민들이 긴 줄로 늘어섰다. [사진=윤세미 기자]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난은 예로부터 물이 많아 ‘샘의 도시(泉城)’로 불렸다. 지난에만 800개 넘는 샘이 있는데, 이름을 알아주는 샘만 해도 72곳이라고 한다. 4계절 내내 수온이 18도를 유지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집집마다 맑은 샘물이 솟아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물이 풍부했다고 하니 축복 받은 땅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주민들에게선 여유와 기품이 느껴졌다.

유명한 샘 주변엔 산책로, 연꽃 군락지, 샘물 분수, 동상, 기념관 등으로 꾸민 생태 문화공원들이 번듯하게 조성돼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사색의 시간을 가졌고, 관광객들은 느린 걸음으로 물과 자연이 주는 여유를 감상했다. 천혜의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고 도시 고유의 문화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지난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당나라 시대 건물이나 청나라 가옥, 성당 등이 보존된 고대 거리와 민속생활 체험이나 전통문화 전시를 위한 역사문화 구역에선 지난의 장구한 역사를 느껴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전설 속 토끼 점토인형을 만드는 공예장인과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림자인형극의 5대 전승인은 지난의 예술적 전통을 지켜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지난은 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문화경관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중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포함돼 지난의 계획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표돌천은 3500년 역사를 가진 지난의 대표적인 샘이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관광지에 부여하는 5A 등급의 명소다. 투명한 에메랄드빛의 연못 위로 3개의 샘이 나란히 솟구치는데, 그 모습이 꼭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찻물 같다. 매일 쏟아내는 물이 7t에 이른다. 청나라 건륭황제가 이곳의 샘물로 차를 끓여 마신 뒤 물맛에 반해 ‘천하제일천’이라고 불렀단다. 남송대 저명한 여류시인 리칭자오(李清照)는 표돌천을 거울 삼아 빗질을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크고 작은 샘이 모여 하천을 이루고, 하천이 고여 거대한 호수가 됐다. 5A 등급 명소인 대명호다. 호수 면적만 축구장 65개가 들어가는 엄청난 크기다. 수양버들과 연꽃 군락지가 아름다워 지난 제일의 정원이라는 애칭이 있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누각 역하정에선 당나라 최고 시인 두보와 이백이 술잔을 기울이며 대명호의 아름다움을 읊었다고. 대명호 한쪽 인공섬에 위치한 7층 높이 누각 초연루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에 눈이 시원해진다. 호수 너머 속속 들어서는 고층건물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난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진=윤세미 기자]


◆국제적 생태문화도시 향해 박차 

“지난은 샘물의 고향이다. 지난은 샘으로 인해 태어났고, 샘으로 인해 지어졌으며, 샘으로 인해 발전했다. 샘물은 이 도시의 생명과 미래를 담고 있다."

쑨수타오 지난시장은 11일 지난 소재 산둥호텔에서 열린 제4회 국제샘물문화경관도시연맹 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샘을 지난의 브랜드로 삼아 자연과 문화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국제샘물문화경관도시연맹은 2015년 지난이 주도해 결성한 20여개 도시 연합체다. 프랑스 렌, 미국 새크라멘토, 캄보디아 씨엠리아프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은 매년 회의를 열고 샘물경관 보전, 샘물관광개발 논의를 주도하며 국제적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올해 회의에선 한국 수원을 비롯해 13개국 자매도시에서 온 학자, 전문가, 기업인 등 500여명이 참석해 ‘문화재 보호와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11일 중국 지난 산둥호텔에서 제4회 국제샘물문화경관도시연맹 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룽융투 중국 대외무역경제협력부 부부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이 고유의 자연문화 경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 발전사를 쓰는 것은 경제 전환기를 맞은 중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연간 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자연과 전통의 훼손 등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을 앓고 있다”며 “깨끗한 물이나 자연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의 문화경관을 발전시켜 도시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지난의 스토리는 중국의 경제 전환기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하루 전엔 대명호 가운데 있는 섬에서 ‘생태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고위급 대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 초대된 박진웅 칭다오 주재 총영사는 한국의 대표적 생태공원 중 하나인 창녕 우포늪을 거론하며, 자연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사례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의료굴기의 꿈, 지난메디컬센터

지난의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은 적극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중 기자가 찾은 지난메디컬센터(JMC)는 중국의 의료굴기(崛起·우뚝 섬)의 꿈이 자라는 곳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텍사스메디컬센터(TMC)를 벤치마킹했다. 

TMC는 의료대학, 병원, 연구소 등 건물만 100개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의료단지다. 연간 800만명 이상의 환자가 내원하고 18만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한다. 세계 최대 암연구·치료센터인 MD앤더슨 암센터도 TMC 안에 자리한다. 휴스턴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만큼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12일 지난메디컬센터(JMC) 전시관에서 각국 기자들이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제공]


중국의 TMC를 꿈꾸는 지난메디컬센터는 2017년 7월 중국 산둥성 인민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착공에 들어갔다. 교육, 연구, 치료, 재활 등의 의료 관련 시설 전반과 호텔, 관광 등 상업 시설까지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총 면적 45㎢, 핵심시설 면적만 10㎢에 이른다고 하니 '도시 속의 또 다른 의료도시'를 세우는 셈이다. 

투자액이 2000억 위안(약 33조6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2030 건강중국(Health China 2030)' 청사진 아래 산둥성과 지난시 정부가 전폭으로 지원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의학 전문가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센터 내 해외 병원도 적극 유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2022년까지 종합병원 2곳, 전문병원 10곳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2017년에는 한·중·일 3국의 보건 관련 장관이 모여 이곳에 암예방센터를 짓기로 했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 밖에도 지난은 빅데이터와 지능형 제조업 등 첨단산업 10개 분야를 선정해 1000억 위안을 투입하며 새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중국 4대 소프트웨어산업단지 중 하나인 치루(齊魯)소프트웨어산업단지도 지난에 있다.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