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무회담 대신 '힘겨루기' vs 대북제제 굳건한 美...다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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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9-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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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기대 점점 사라져…인내심 시험하지 말라"

  • 美 국무부 "북한 연락오면 대화 시작할 것" 기존 입장 재확인...맞대응 '자제'

  • 北, 안보이슈 파고들며 美 '새로운 카드' 압박...안보카드는 韓도 받아들기 쉽지 않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미간 실무협상이 북한의 지연전술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대국의 애를 태우면서 몸값을 올려 실리를 취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전략이라는 평이지만 그만큼 북미 간 입장 차이가 명확해 협상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를 약속한지 두달이 넘었지만 양보없는 기싸움으로 갈등 수위만 높아지고 있다.

1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미협상 총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며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거든 미국은 우리를 걸고 드는 발언으로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아메리칸 리전' 행사 당시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발언한 데 따른 불만이다. 최 제1부상은 "폼페이오가 '불량행동'이라는 딱지를 붙여 우리를 심시 모독한 것은 반드시 후회할 실언"이라며 "이번 발언으로 예정된 조미(북미) 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기대를 모았던 리용호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뉴욕'회동도 불발됐다. 북한은 다음달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 리 외무상을 파견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대사급 참여를 통보했다.

북한은 유엔 측에 리 외무상을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파견한다고 알려왔지만 이날 급작스럽게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로 참석자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를 계기로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의 북미 고위급 접촉 가능성도 무산됐다.

미국은 잇단 북한의 실무회담 거부 움직임에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최 제1부상 담화와 관련해 "우리가 밝혀왔듯 북한의 카운터 파트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기싸움에 맞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실무협상 재개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북미간 입장차가 명확하게 확인되는 만큼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카드를 재차 주문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실무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가 완고한 상황이라 양측이 주고받을 카드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는 "북한이 최근 북미실무회담 전제조건으로 안보이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이 기존 대북경제제재를 풀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북한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한미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 축소, 미국의 전략자산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북한이 제기하는 군축문제는 한국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주장이고, 미국도 한미간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 만큼 지금은 실무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이 성숙된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면서 "북한이 중러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 대선시즌이 돌입하면서 지연전술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만큼 상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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