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를 노려라'..미·중 무역전쟁 관세 난타전으로

윤세미 기자입력 : 2019-08-24 12:32
아픈 곳 노려 찌르는 美中..무역전쟁 격화일로 내달 무역협상 성사 불투명..세계 경제 하방압력↑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관세 난타전으로 번졌다. 미국이 예고한 연간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에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으로 응수하면서다. 양국 모두 먼저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급소를 찾고 있다. 물러섬 없는 세계 양강(G2)의 대치 속에서 세계 경제가 인질로 잡혀있다.

◆아픈 곳 노려 찌르는 美中..무역전쟁 격화일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그간 중국산 제품 연간 2500억 달러어치에 부과하던 세율을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인상일이 의미심장하다. 10월 1일부터다. 이날은 중국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 기념일이다. 사실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떨어뜨리고 축하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앞서 예고한 연간 3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종전 10%에서 15%로 높여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예정대로 9월 1일과 12월 15일에 나뉘어 적용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을 향해 탈(脫)중국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 그리고 솔직히 그들이 없다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회사들은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기업을 고국으로 되돌려놓는 게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의 격한 반응은 중국이 앞서 미국에 보복 관세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이날 미국 뉴욕증시 개장 직전에 미국산 제품 연간 750억 달러어치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맞대응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대두, 원유 등 5078개 품목, 연간 약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5%나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일정에 맞춰 9월 1일과 12월 15일 두 단계에 걸쳐 부과된다.

또 중국은 이와 별도로 12월 15일부터 당초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자동차 부품에는 5% 관세를 각각 물리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강경 대응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반격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무엇보다 관세 확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걸림돌로 급부상한 경기 침체 논란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경제 성과를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침체 논란이 거세지자 감세 가능성을 띄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1% 이상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재개를 요구하는 등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이 이번 관세 대상에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를 포함시킨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를 이끈 핵심 지지층인 팜벨트(Farm Belt·농업지대)와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를 집중 공략해 이들의 변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무역협상 무산되나...갈등 장기화에 침체 우려 고조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내달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양국은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9월에 워싱턴DC에서 무역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협상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AEI) 데릭 시저스 중국 전문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다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조건에서 조차 합의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다시 침체 경고음이 울렸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수익률)이 2년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다시 나타난 것. 2주 사이 네 번째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 경기 침체 때마다 선행해 대표적인 경기침체 신호로 통한다.

증시도 휘둘리면서 뉴욕증시 간판 S&P500지수가 2.59% 급락 마감했다. 국제유가도 수요둔화 공포에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2% 넘게 주저앉았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2% 넘게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타 고피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 경제 전망이 더 암울해졌다고 경고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글로벌 성장률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우리는 이것을 '취약하다'고 표현한다. 하방 리스크(위험 요인)가 많다. 그 중 두드러지는 한 가지 리스크는 무역갈등"이라며 "최근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은 앞으로 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커다란 우려를 던진다"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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