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한국에 남기고 간 것... “AI 1등 국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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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IT과학부 부장
입력 2019-07-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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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법원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에 나선 가운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에 남기고 간 조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 AI를 활용한 중심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입니다.”

손정의 회장이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교육 분야와 이를 뒷받침할 정책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손 회장은 “AI는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AI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프트뱅크는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지만, AI 투자에 특화된 벤처캐피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VF)'를 통해 AI 관련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80곳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SVF 1탄에서 장전한 100조원 규모의 현금이 다시 마련되는 대로  SVF 2탄을 출범시킨다는 계획도 밝혔다. 
 

손정의 회장은 AI 혁명의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자료=소프트뱅크 제공) 


소프트뱅크는 AI 기업을 연주자로 삼아 ‘빈 필하모닉’과 같은 AI판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지휘자로 나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손 회장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악기를 연주하진 않지만 가장 높은 자리에 서서 음색을 완전히 장악한다”며 “나도 AI 혁명의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도 스스로 프로그래밍에 손대지 않았지만,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지휘해 아이폰을 만들어냈다는 사례를 들었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지휘자, AI 기업은 연주자, 고객이 스폰서가 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200년 전에 창설된 빈 필하모닉이 지금도 살아남은 것은 지휘자, 연주자가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인데 우리도 300년은 버틸 수 있는 AI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문 대통령을 찾아 ‘AI 올인’을 제안한 것도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구상 중인 AI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어달라는 요청이라는 해석이다.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AI 일등 기업을 키워주면 SVF가 투자해 AI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로 영입하겠다는 뜻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AI 오케스트라' 구상 (자료=소프트뱅크 제공) 


SVF는 현재까지 약 80개 기업에 투자를 완료했다. 전 세계 모빌리티 시장의 90%를 장악한 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 4개사 모두 SVF가 대주주다. 손 회장은 “AI분야에만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SVF는 이미 사업을 확장시켜 규모를 키우고 상장을 내다보는 회사와 그 나라에서 1등, 각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한 유니콘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1등 기업만 투자하는 이유는 시너지를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투자해도 수익이 나지 않거나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손 회장이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가구박물관에서 만난 기업들은 AI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는 AI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표적 기업들이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과 함께 1000명에 이르는 AI 기술자를 보유해 아시아 톱 클래스에 올라 섰으며, 엔씨소프트도 국내 게임 업체 중 AI 개발자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은 AI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판단된 기업의 오너들을 만나 조만간 출범시킬 100조원 규모의 SVF 2탄에 투자해달라는 뜻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현재 손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SVF 2탄의 성공적 출범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혁신수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30년을 내다본 비전을 세우고, 외국 인사를 영입해 혁신 의지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방법이다. 손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시마 사토시(嶋聡)씨는 "이것이 메이지 유신 이래 확립된 황금 룰"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손 회장이 제시한 'AI 올인'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어떤 혁신수법을 구사할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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