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미·중 오사카 휴전은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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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중국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 고급연구위원
입력 2019-07-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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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이사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6월 26일 미국을 떠나면서 “내 방식대로라면 중국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한 엄포가 효과가 있었는지, 미·중 정상회담 전날인 28일 미국 농무부(USDA)는 중국이 54.4만 톤의 미국산 대두 수입 의사를 전해왔다고 발표했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8일 G20 회의에서 시장 개방 확대를 포함한 다섯 가지의 ‘중국방안’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는 미국에 대해 ‘화해’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의 5대 ‘중국방안’, 미국을 향한 ‘러브 콜’

시진핑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다섯 가지의 ‘중국방안(中国方案)’ 내용은 주로 미국을 향하고 있다. 첫째, 중국의 시장 개방 확대이다. 중국은 2019년판 ‘외자유치네거티브리스트’(外资准入负面清单, 외자유치 허용 항목에서 금지하는 예외 항목)에서 ▲농업 ▲광산업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도 추가로 개방하겠다고 했다. 또한 여섯 개의 자유무역시범구(自由贸易试验区) 신설, 상하이(上海) 자유무역시범구 확대, 하이난(海南) 자유무역항 건설 가속화를 언급했다.

둘째, 수입의 자진 확대이다. 중국의 자율적인 관세 인하와 비관세 무역 장벽 철폐 및 수입 과정의 원가 대폭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제2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최를 예고했다.

셋째, (외국 투자에 대한) 경영환경의 지속적인 개선이다. 내년 1월 1일 새로운 외국인 투자 법률제도 시행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민·형사적 사법 보호 강화 및 지적재산권 보호의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넷째, (외국 투자자에 대해 국내 기업처럼) 모든 면에서 평등한 대우를 실시할 것이다. 앞으로 ‘외자유치네거티브리스트’ 이외의 규제를 전부 취소하겠다고 했다. 외자 유치 이후의 단계에서 중국 내에 등록된 각종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시행하며, (외국 투자자 보호를 위해) 완벽한 외자기업 신고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섯째, 대대적으로 경제무역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조만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区域全面经济伙伴关系协定)’, ‘중국·유럽 투자협정’,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협상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9일 시진핑 주석과 약 90분 가량의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의 ‘잠정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휴전은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 90일 동안의 1차 휴전에 이은 두 번째이다. 이번 2차 휴전은 1차와는 달리 협상 기한, 무역협상의 최종 목표, 지적 재산권 등에 대한 구조적 개혁과 법제화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성만 증대된 셈이지만, 파국을 면했다는 면에서 다행스럽다.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민주당 대선주자 1차 당내 경선 TV 토론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물타기’ 전술의 하나라고 언급했지만, 시 주석이 제시한 5대 ‘중국방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결정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중국의 조치가 미국의 불만을 해소시키지는 못하지만, 중국이 시장 개방 확대와 제도적 측면에서의 개선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기는 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의 외국투자 제한규정 삭제 확대, 그러나 본질과는 거리감 존재

시진핑 주석의 5대 중국방안 제시 이후, 이틀 뒤인 6월 30일 중국의 국가 경제전략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改革委员会)와 이의 추진을 담당하는 상무부(商务部)는 공동으로 2019년판 ‘외상투자유치특별관리조치(外商投资准入特别管理措施)’와 ‘자유무역시범구외상투자유치특별관리조치(自由贸易试验区外商投资准入特别管理措施)’의 두 가지 ‘네거티브리스트(负面清单)’를 발표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두 가지 네거티브리스트와 폐지된 2018년판을 비교하면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부분을 개선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서비스업의 대외개방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교통운수, 기초설비, 문화, 통신 등 영역에서의 차별과 제한이 삭제되었다.

즉 국내 선박대리업, 50만 인구 이상의 도시에 대한 가스 및 열 에너지 공급 사업, 극장이나 공연 연출 등의 영역에서 반드시 중국측이 과점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가 취소되었다. 또한 통신 영역에서도 다자간 통신, 저장전달(Store and Forward), 콜 센터(call center) 등에 대한 외국자본 투자 제한도 취소되었다.

둘째, 외국인의 농업, 광산업, 제조업 투자 규정 완화이다. ▲야생 동식물 자원 개발 ▲석유·천연가스 탐사 개발의 합자나 협력 ▲몰리브덴(Mo)·주석(Sn)·안티몬(Sb)·형석 등의 채굴 ▲화선지와 먹 생산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 금지 규정이 취소되었다.

셋째, 자유시범구의 ‘실험적’ 역할을 계속 장려하는 것이다. 2018년에는 공연 연출과 석유가스 탐사 개발 등의 개방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이번 개정에서는 수산물 어획과 출판물 인쇄 등에 대한 외국 투자 제한이 취소되었으며, 계속해서 대외 개방이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2019년판 ‘네거티브리스트’를 개정하여 외국자본의 투자에 대해 국내 기업과의 차별을 없애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기술 도용에 대한 개선의 의지는 중국이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의 협상은 현재까지 진행되던 합의문 내용에 대한 첨예한 의견차이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되었다.

중국 여론의 자화자찬, 단절된 정보의 이면

중국 여론과 관변 언론은 이번 오사카 협상에서 중국이 많은 것을 얻었다며 고무되어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계속해서 이어 가겠다고 했다는 점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적의가 없으며 미중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하여, 중국을 적으로 여기는 미국 강경파의 ‘미·중 탈 동조화론’을 부인했다는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더 이상 부가하지 않겠다”고 한 점은 3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가는 종결되는 의미와도 같으며, 이것이 이번 협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도 있다. 넷째, 중국 유학생은 모두 간첩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을 환영한다는 태도 변화를 주목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화웨이(华为)에게 부품 공급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SNS 여론과 언론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일방적인 제재’에 대해 중국이 최근 두 달간 강력한 반격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G2로서의 종합적인 국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홍콩의 언론은 비교적 절제된 관점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은 단지 잠시 휴전에 불과한 것이고, 따라서 추가 관세 부과 역시 ‘잠시’ 중단된 것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단절된 정보의 이면에는 ‘편견’과 ‘자만’이 존재한다.

미·중 오사카 휴전, 쉬어가는 ‘태풍의 눈’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이다. 미국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중국에게 ‘공정한’ 무역 거래와 관련된 ‘입법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즉 지식재산권 보호, 외국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이전 요구 금지, 국영기업 보조금 중단, 환율조작 금지 등의 항목에 대해 중국이 국내법에 명확하게 명시하고, 이를 실천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조건을 미·중 무역합의문에 명기하는 것은 19세기 아편전쟁과 중일전쟁 등의 패전으로 영국과 서구 및 일본 등에 의해 당했던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의 연장이기 때문에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오사카 미·중 무역협상과 휴전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타이완 카드’가 매우 유용하며, 향후 적당한 시점에서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둘째, 미국이 요구한 ‘인터넷 시장의 완전 개방’이라는 새로운 카드는 중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미국은 ‘타이완 카드’에 버금가는 막강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통제할 수 없는 분야가 생기는 것은 근본적인 체제 위기로 여기기 때문이다.

셋째, ‘협박’과 ‘회유’로 미국의 이익은 축적되는 반면, 중국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시 주석의 5대 ‘중국방안’ 중에서 4가지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었고, 2019년판 ‘네거티브리스트’의 시장 개방 확대도 그렇다. 넷째, 미국은 북핵문제에서 부정적인 ‘중국역할론’을 우려할 필요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우려하는 북·중·러 협력은 허상인 셈이다.

다섯째, 중국의 ‘체면’과 미국의 ‘실익’ 교환이 무역협상의 새로운 패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무역전쟁’과 ‘기술전쟁’을 분리하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화웨이’에 공급하는 부품은 미국의 안보와 무관한 품목에 대해 허용한 것이고,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화웨이의 5G와 같은 기술은 ‘기술전쟁’의 영역에서 다루겠다는 미국의 전략을 필자는 발견할 수 있었다.

설사 미·중 ‘무역협상’이 완결되어도, 이들의 ‘기술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양보할 수 없는 두 강대국의 자존심과 실익 싸움은 ‘패권전쟁’의 서막이고, 오사카 휴전은 단지 잠시 쉬어가는 ‘태풍의 눈’에 불과하다. 우리는 국력을 집중하고 미·중 ‘기술전쟁’과 그 뒤에 새로 출현할 ‘금융전쟁’에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중국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 고급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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