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트럼프 가방' 속, 미중ㆍ북미 카드2장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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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6-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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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는 전쟁광? 아니올시다

  • 다시 돌아가는 북.미 회담 시계

  • 오사카 G20 정상회의는 '외교 전장(戰場)'

  • 북한은 오판하지 말라

이수완 논설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수완의 '월드비전']

트럼프는 전쟁광? 아니올시다

지난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미군 정찰용 무인기(드론) 글로벌호크를 격추한 이후 보복 공격 결정을 내렸다가 철회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트 행각을 두고 말도 많다. 트럼프는 보복 공격을 승인한 후 이란인 150명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의 보고를 받고 인명피해를 내지 않은 무인정찰기 격추에 비례하지 않아 불과 공격 실행 10분 정도 남겨두고 전격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최고 사령관'으로서 나름대로 합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이란 기지를 향해 미사일 버튼을 눌렀다면, '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또다시 전쟁에 휩싸일 긴박한 상황이었다. 평소 너무 변덕이 심하고 경솔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아온 트럼프이지만, 군사 행동과 같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인내심과 자제력을 발휘했다는 긍정적인 인식도 싹텄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란에 대한 공격 옵션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동에서 대규모의 전쟁을 피하려는 트럼프의 의중과는 거리가 멀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란 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 대신 공격을 반대한 던퍼드 합참의장의 조언을 따랐다고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은 흥미롭다. 이어 "모두 나를 전쟁광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비둘기파라고 하지만 둘 다 아니다"며 "나는 상식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가 결정적으로 공격을 자제하기로 마음을 굳힌 건 폭스뉴스 진행자 터거 칼슨의 조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에게 이란에 대한 공격은 '미친 짓'이며 만일 전쟁을 한다면 재선과 '작별 키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이란과 미국의 다른 적대국들은 트럼프가 의외로 우유부단(?)하다는 생각을 가질지 모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군사적 모험은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옵션이다. 그리하여 그가 외교 카드로 지금까지 잘 써먹던 '블러핑(허세)' 전략도 차츰 약효가 다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거 극단적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에 휘둘려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달리 사업가 출신으로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는 '블러핑' 전략을 통해 협상 상대로부터 최대 양보를 얻어내는것이 목적이지 결코 또 다른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일 수도 있다. 트럼프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아직 북한 비핵화 방안과 대북제재 완화 등 핵심 이슈에서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란의 사태 발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 환송, 인민군 삼군 의장대 사열 (서울=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환송 행사에서 북한 인민군 삼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다시 돌아가는 북·미 협상 시계

지난 2월 말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 이후 처음으로 트럼프와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친서를 주고받았다. 친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양 정상이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멈춰있던 협상 시계를 다시 돌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간의 밀월을 과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하며 자신이 미·중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미국의 통상 전방위 압박과 홍콩 민주화 시위로 곤경에 처한 중국의 위상 회복 의도와 미국을 향해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북한의 의도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마오쩌둥은 그 유명한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으로 설파하며 한국전쟁 참전을 독려했다. 북한이라는 '입술'이 없으면 미국과의 완충지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가 시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 주석은 평양에서 중국군 참전일인 10월 25일을 의미하는 1025개의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제작된 '조중우의탑(朝中友誼塔)'을 찾아 헌화하는 등 수교 70주년을 맞은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양국은 1961년 7월 11일 조중 공동방위조약을 체결했는데 한 나라가 외침을 받을 경우, 군사적인 지원 등 즉각적인 협력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양국이 평화와 안보를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20년 유효기간의 이 조약은 1981년과 2001년 자동 연장됐는데 오는 2021년 또다시 연장이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핵과 더불어 조중공동방위조약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데,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냈는지 궁금하다. 앤드루 살먼(Andrew Salmon) 아시아 타임스 서울 특파원은 김 위원장은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과의 돈독한 우호 관계를 복원하고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최종적으로 파국에 이를 경우를 대비하는 등 자신이 '전략적으로 능숙한 포커 플레이어' (a master strategic porker player)임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과거 냉전시대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중국과 소련을 오가며 '등거리 외교'를 펼치는 듯한 모습과도 상당히 닮은 꼴이다.

오사카 G20 '외교 전장(戰場)'

미·중 무역갈등, 기술냉전, 북한 비핵화, 이란·홍콩사태 ..각종 대형 국제적인 이슈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가운데, 이번 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그야말로 글로벌 '외교 전장(戰場)'이다. 특히 세계 경제 '신냉전'  격랑 속에서 각국은 경제와, 정치 안보 등 다방면에서 국익 방어를 위한 전략 마련에 올인 중이다. 그러나 한국 외교는 그야말로 '실종 사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은 묵묵부답이고 한·일 관계 복원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한·일회담도 결국 무산됐다. 한·미·일 삼각공조가 삐걱거리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했지만 일본에서 만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시 주석은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미국과의 무역 갈등과 북핵 문제 등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제를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한국을 방문,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참여와 방위비 분담 등 민감한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 컨설턴트인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 회장은 최근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의 데탕트(화해)에 너무 몰두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협상 포지션(negotiating position)'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과의 공조보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레버리지(지렛대, leverage)'를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미국과 일본과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웨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안보 우려가 근거가 있으면 한국 정부는 경제적으로 단기적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편을 들어주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필자는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지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보았다. 

한국의 선택은?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무역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려 할 것"이라며 "협상 모멘텀 유지라는 큰 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남·북·미 구도로 진행되는 북핵 협상에 북한의 안전과 발전에 대한 지원을 표시하면서 적극 개입의사를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남북 관계 소통 강화도 당연히 추진해야 하지만 한반도 주변세력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의 불협화음이나 대일 경색국면 지속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게 "일단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은 시장 원리를 존중할 것이지만, 미국의 안전위협에 대한 부분은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원론적 의견을 피력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방위비 분담은 중장기적인 점진적 협의를 통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선 "트럼프가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성과 때문에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및 가시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북한에 계속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순 중국 차아얼학회 고급연구위원은 "현재 북·중·러 협력은 표면적인 현상으로 실제 우려할 수준의 깊은 협력관계로 발전하기에는 전략적 상호 이익 충돌 등으로 인해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는 개선이 분명 필요하나 "역사문제와 현실적인 안보 및 경제 분야 협력은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동맹 강화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중국 및 러시아 관계는 신북방 신남방 정책의 전략적 협력 강화 등의 경제 협력 논리로 관계를 현재처럼 유지하고 북한 개방의 대비를 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오사카에서 시 주석은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부분에 대한 의견 조율을 위해 협상 시한 연장을 제안할 것이고, 트럼프는 이를 무리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동참 여부는 "정경분리의 필요성과 사드 보복의 여파에 대한 후유증을 설명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인 수준에서 정부가 협조하되, 기업의 시장 논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G20 회동에서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갈등을 어느 정도 봉합하겠지만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화웨이 문제는 "경제적이고 기술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의 공동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 문제에서는 "한미동맹이 미국의 안보에 기여하며 미·중 경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북핵문제는 한국 외교의 일부로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의 선택은?

필자가 이번 칼럼 서두에서 트럼프의 이란 공격 철회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것은 북한이 현재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오판해 한반도를 또다시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으면 안 된다는 소견을 나름대로 피력하고 싶어서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그 시한을 올해 연말로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내밀며 적당한 선에서 비핵화 협상 타결을 위해 서두르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너무 큰 모험이다. 미국내 여론도 그렇고 미·중 무역 갈등, 이란, 베네수엘라 사태 등 다른 급한 불도 꺼야만 한다.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 정책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적 인내'보다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적극적 의지와 행동이다.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면 그토록 연연하는 제재완화 또는 경제협력 문제는 자연스럽게 합의될 수 있다. 북한이 스스로 정한 미국과의 대화 시한이 그냥 지나간다면 트럼프는 잠시 접어둔 '미치광이 전략'을 북한을 향해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치광이' 전략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약발(?)이 안 받으면 좀 더 자극적인 도발로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실제 전쟁이 터질 수 있다. 생각하기도 싫다.  
 

오사카 G20 정상회의 프레스센터 정문 앞에 26일 한 남자가 서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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