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어제·오늘·내일] "제2 한강 기적은 위기극복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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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9-06-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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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당 국민소득 1953년 67달러 → 2018년 3만달러

  • 65년새 약 470배 증가… 눈부신 성장에 선진국 대열

  • 1997년 외환위기 빠르게 극복… 점차 경제체질 강화

  • 최근 미·중 무역갈등 속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새 국면

수출대상 1·2위 국가인 미·중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세계 경제 둔화와 교역량 감소로 수출과 투자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꽃피운 대한민국.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룩한 초고속 경제 성장은 국제 사회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1953년 67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은 이제 3만 달러를 넘어섰다. 65년 사이 약 470배나 증가한 것이다.

압축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경제 재난이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 그러나 대응 속도가 빨랐고 위기에서 살아남는 맷집을 키워왔다.

암운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은 떨어졌다. 최근엔 미·중 무역전쟁이 한 치 양보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 마찰과 세계 보호무역주의 가능성에 상시로 대비해야 한다.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내수를 강화해 경제구조를 장기적으로 개편해야 할 때다.


한국은 1945년 광복 이후 식량조차 구하기 힘들어 미국의 원조로 나라살림을 꾸렸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해 아프리카의 콩고·가봉·가나보다도 뒤처진 나라였다. 1970년대 말까지 이뤄진 44억달러 규모의 해외원조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이뤄진 해외 원조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연평균 GNP(국민총생산)의 12% 정도에 이르고, 연간 수입 총액의 73%에 이르렀다. 1960~70년대는 한강의 기적을 탄생시킨 시기다. 연평균 경제성장률도 60년대 9.5%, 70년대는 10.4%를 기록하며 경제적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63년 100달러 달성 후 14년 만에 10배 성장해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한다. 이 기간 경제의 근간이 세워졌다. 1995년엔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한다. 승승장구할 것 같던 한국 경제는 1998년 IMF 외환위기로 휘청했다.

당시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유지와 선진국·준선진국 모임이랄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란 목표 달성에 매달린 나머지 원화 강세 정책을 고수했고, 이는 수출경쟁력 하락과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 역시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1998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5%를 기록하는 등 모든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쳤다.

외채가 1161억 달러인데 외환보유액이 88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위기를 극복한 힘은 수출이었다. 1999년 수출증가율은 8.6%였다.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국민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년 후 1만 달러를 회복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2006년엔 수출 3000억 달러도 달성했다. 2만 달러를 넘고 2년 만인 2008년 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로 출렁거렸다. 한국 경제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2009년 경제성장률은 0.7%로 간신히 제자리걸음을 면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다시 2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2010년에야 2만 달러를 회복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 2만 달러 벽을 돌파한 지 12년 만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간주된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선진화됐으며, 개인의 삶의 질도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20여 개국이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3050클럽)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외형상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갈 때도,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갈 때도 '중진국 함정에 빠져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했었다. 하지만 달성에 성공했다. 이는 그만큼 한국 경제가 저력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젠 그 저력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희망을 안겨줬던 경기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수출대상 1·2위 국가인 미·중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세계 경제 둔화와 교역량 감소로 수출과 투자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의 -3.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 실업률은 4.4%로 2000년 4월 4.5%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로 8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 막을 내렸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끝없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녹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이마저도 낙관론에 기초한 것으로 만약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같은 노동시장 정책 부작용이 커지고 반도체 수요 회복이 지연된다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주도해온 전통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 경제성장의 관행이나 가치관에 머물러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신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를 맞아 구조조정과 혁신성장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호는 침몰할 수도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튼튼히 키우는 수밖에 없다.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동시에 부진한 것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노동시장 유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들은 규제에 따라 흔들림이 심한데 규제 완화가 미래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을 토대로 생산성과 연계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성 수준을 넘어서는 노동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인 경기 보강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생산성 향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20년 전 주력 산업이 아직도 주력"이라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통 제조업이더라도 우리나라만의 핵심 경쟁력을 가진 고부가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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