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전용차로가 필요해… '네트워크 슬라이싱'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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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05-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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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파수 대역 확대·서비스 다양화로 맞춤형 네트워크 필요성 대두

  • 2차 표준 정립·기술 안정화·과금 체계 논의 등 상용화 '산 넘어 산'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주파수를 나눠 쓰는 기술인데, 자율주행·원격진료 등 서비스별로 주파수를 쪼개 쓰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자율주행과 같은 5G 맞춤형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관련된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대기업은 혜택을 받겠지만 일반 소비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5G 상용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다. 5G는 주파수 대역이 4G에 비해 확대된 덕분에 전송속도가 20배 빨라졌다. 저지연과 연결성도 10배 이상 증가하면서 하나의 네트워크를 여러 개의 전용 네트워크로 쪼개 사용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이동통신사들은 네트워크를 전용차로처럼 자율주행용과 스마트팩토리용 등으로 쪼개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5G 시대 핵심산업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이나 원격진료는 통신에 끊김이 없어야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각각의 용도에 최적화된 통신환경을 제공하자는 얘기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5G 네트워크 용량이 풍부해진 만큼 특정 사업자에게 가상의 공간을 배부해 자기 것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데, B2C 사업 위주였던 통신업을 B2B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전용차로가 생기면 높은 비용을 지불해 망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또 전용차로를 내주다 보면 남은 차로에 일반차들이 몰려 데이터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현재 상용화된 5G 네트워크는 4G의 코어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탑재할 수 없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필요성과 개념은 어느 정도 공유됐지만, 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표준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무선통신 국제표준단체 3GPP는 2016년 12월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기본 구조와 동작 절차에 대한 합의는 이끌어 냈지만, 2차 표준 정의는 올해 말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익 ETRI 선임연구원은 5G만의 독립된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스탠드얼론(SA) 장비를 도입하면 슬라이싱 기술이 빨리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서비스별로 서로 다른 전용차로(주파수)가 제공될 경우 어떤 규제를 적용할지도 과제다. 기술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논의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사업자,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5G통신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과금 방식은 어떻게 할지 등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성이 담보되는 대책을 만들어야 관련 규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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