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자 노조가입 등 무산된 노사정 대화...결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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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5-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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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등 3개 협약 비준 추진

  • 국회에 동의안 제출키로

정부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국회 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

ILO 핵심협약은 해직자, 공무원의 노동조합(노조) 가입 허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결정 취소 여부 등 민감한 쟁점 사안을 담고 있어 노·사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비준되지 않은 4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등 3개 협약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12월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8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 제29호와 제105호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결사의 자유 협약은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약이 비준되지 않아 해고자와 실업자,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현행 노조법과 상충되는 문제가 있었다.

전교조의 사례가 그렇다. 현행법상 해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데 전교조는 조합원 중 해직교사가 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위반으로 법외노조 판정을 받았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은 해고나 불이익한 처분의 금지, 노조원에 대한 고용거부나 차별 금지,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 간의 상호 불간섭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강제노동 금지 협약은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작업을 제외하고 처벌의 위협 아래 행하는 모든 비자발적 노동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보충역 제도가 이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정치적 견해 표명, 파업 참가 등에 대한 처벌로서 부과하는 강제노동 금지 내용은 비준 대상에서 빠졌다. 논란이 된 국가보안법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 왔지만 합의하지 못 하고 지난 20일 대화가 종료됐다.

노동계는 노동권 보장을 위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경영권 간섭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제87호·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에 대한 국회 비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강제노동 제105호'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헌법상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관계 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협약 비준에 요구되는 법 개정 및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에 따른 논란에 대해 노·사 간담회,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오랜 기간 형성된 법·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많고 어려운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지연될 경우 유럽연합(EU)와의 통상 마찰 등이 우려된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었다.

EU는 한국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제13장(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분쟁 해결 절차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다.

이 장관은 "(EU는) 현재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에 회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EU와의 분쟁이 경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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