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세, 中"제2 난징조약"분노 …'美국채매각'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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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5-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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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미중 무역전쟁의 '십자포화'가 세계 경제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1년 넘게 끌어온 양국간 무역 협상이 큰 진전을 보여 지난 9~10일 워싱턴 고위급 회담에서 마침내 타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강경 모드로 돌아서며 2000억달러(약 235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 (10%→25%)하는 조치를 발표한다. 사태가 급반전 한 이유는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 조항을 법률 개정을 통해 명문화하고 이를 합의문에 포함 시키자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막판에 거부했기 때문이다. 협상 결렬 이후, 시진핑 주석을 선봉으로 중국은 미국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연일 비판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향후 미국의 강압에 굴복하거나 저자세로 끌려만 가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과 맞보복 난타전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3일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러면서 시행일은 6월 1일로 잡았다. 이는 지난 10일부로 발효된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가 실제 적용되는 시점과 묘하게 일치한다. 워싱턴 고위급 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났지만, 양국은 5월말 까지 물밑 협상을 이어가며 막판 극적 타협의 길은 열어 놓은 것이다. 이날 왕위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러시아 소치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중국은 어느 나라와 담판하더라도 국가의 주권과 인민의 이익, 민족의 존엄을 반드시 지킨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태도가 일정한 선을 넘어 중국에게는 내정간섭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니혼게자이 신문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회담에 앞서 중국 측은 150쪽에 달하는 양국의 합의 초안을 105쪽 분량으로 축소해 미국에 돌려보냈다. 삭제된 내용은 중국이 구조개혁을 실행할 법적 구속력에 관련한 것들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를 "내정 간섭을 법률로 명문화하도록 만드는 불평등 조약"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공개될 합의문에 자국의 법률 개정 약속까지 포함하는 것을 중국은 법률주권의 심각한 침해로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중국으로선 중화민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는 올해, 무역 협상 타결이 '굴욕적 합의'의 결과로 인식된다면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최근 경기부양책이 성공하면서, 미국의 압력에 맞서 강대강 정면 대결을 불사하자는 중국내 대미 강경파의 입지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중 협상 결렬과 관련, 이왕휘 아주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국이) 요구한대로 법률을 고칠 경우 제2의 난징조약(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 체결된 불평등 조약)이나 제2의 플라자 합의(1985년 미국의 압박에 일본이 엔화의 평가절상을 허용)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라며 "이런 비판은 아편전쟁 이후 100년 동안 ‘치욕의 시대’ 극복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 주석의 ‘중국의 꿈’(中国梦)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중 협상이 "합의가 다 됐는데 그들이 깼다"고 중국을 공격했다. 반면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약속을 위반했다고 비난한다. 에너지. 농산물 등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으로 부터 수입을 확대 하겠다는 품목에 대해 미국이 더 많은 구매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이다. 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는 최근 아주경제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중 무역협상의 결렬의 근저에 깔린 위기의 본질은 대국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서 한 얘기를 서로 못 믿는다는 '신뢰의 위기'로 진단했다. 중국의 그간의 행태를 보면 상황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 바꾸기를 하기 때문에, 미국이 합의 사항을 법률로 명문화하고 ,전세계가 다 볼 수 있게 협상내용 공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왜 우리를 못 믿냐”는 것이고 미국은 “어떻게 믿냐”는 것이다.

전 교수는 "미국 패권의 역사를 돌아보면, 미중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시비 걸고, 기술전쟁으로 중국의 목을 조르고, 금융전쟁으로 끝낼 심산이다. 현재의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패권국 지위보전을 위한 3단계 전략 중 1단계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앞으로 몇 주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미국. 16일엔 또 하나의 카드를 꺼냈다. 미국 기업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계열사 68개 계열사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효 시킨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향후 미 기업과 거래 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8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이란과 거래를 문제 삼아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딸인 멍완저우를 기소한 데 이은 전방위 압박이다. 양국간 무역 전쟁이 확전 차원을 넘어 5G 통신망 등 차세대 기술패권을 둘러싼 길고 긴 싸움의 1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왕휘 교수는 "이미 무역전쟁이 패권경쟁의 전초전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양국이 이전과 같은 관계를 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더욱 코너에 몰리면 미국을 상대로 '비관세 보복카드'인 미국 국채 매각을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국채를 본격적으로 '무기화' 한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은 지금까지 보자 못한 엄청난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 6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다. 두 정상이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전까지 두 사람의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협상을 이어 가겠지만, 어느 누구도 큰 기대는 안하는 분위기이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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