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판 CES의 꿈···열쇠는 MICE다

김진오 산업2부 부장입력 : 2019-05-24 15:38

[김진오 산업2부 부장]

미국 서부 네바다 주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가장 크고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이곳에선 삼성·LG·애플·화웨이 등 최첨단 가전기기로 무장한 글로벌 전자업체를 비롯해 업계를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유행 선도자)'가 한 해 비즈니스의 명운을 걸고 해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올 한 해 정보기술(IT)·가전·모빌리티의 트렌드를 직접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소비자가전쇼)에서다.

연초만 되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주변은 참가 업체의 광고판과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160개국 4500여개 업체들은 저마다 휘황찬란한 전시 부스를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CES가 열릴 때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수백개 호텔과 비행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미국 관광청에 따르면 전시회와 이벤트 개최로 연간 4300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라스베이거스를 다녀간다. CES 단일 행사를 개최하면서 얻는 경제적 파급효과만 2억6420만 달러에 이른다. 1960년대에 시작된 CES는 독일의 세빗(CeBIT)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로 성장했다. 이런 행사가 한국에서 매년 열린다면 어떨까.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포괄하는 'MICE 산업'은 전시산업 관광 이벤트 숙박업체 의전 음식점 등 다양한 산업에 파급효과가 커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비즈니스여행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스 시장 규모는 2012년 1200조원에서 지난해 1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마이스 시장은 지난 10년간 50%나 성장했다.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결과다. 마이스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 대비 지출규모가 1.8배 많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마이스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3배, 체류 기간은 1.4배에 달한다. 특히 회의·전시 등이 복합된 국제행사를 많이 유치할수록 국내 마이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고용창출에 있어서도 제조업의 2배, IT산업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마이스 산업의 나아갈 길은 아직 멀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양질의 마이스가 정착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국내 마이스 산업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국내에 부족한 마이스 인프라를 메워야 한다. 특히 대규모 인센티브 여행객이 방한하는 경우 이들을 수용할 만한 호텔이나 숙박시설이 충분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대형 마이스 유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9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서울시의 잠실 마이스 사업이 정부의 적격성 조사에 발목이 잡혀 3년째 표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행사 개최가 가능한, 10만㎡가 넘는 전시장이 13개나 있고 추가로 9개를 더 짓고 있다. 이런 과감한 투자는 중국 마이스 산업 규모가 최근 10년 새 3배 이상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정책적 지원이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부가가치 창출 역량도 키워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마이스 행사도 숙박, 식음료, 쇼핑, 오락 등 연계 시설이 없으면 실질적인 경제효과가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전시장 일대를 숙박, 공연,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이 포함된 관광마이스 복합지구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도쿄의 빅사이트 전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기획업체(PCO), 전시기획업체(PEO)와 같은 마이스 유관업체에 대한 경영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되지 않으면 마이스 산업의 정체는 불보듯 뻔하다.

부처 간 협의체 구성 등 융·복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마이스 산업 지원이 통합된 해외와 달리 국내는 전시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관이고 나머지 컨벤션 분야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돼 있다. 법령도 전시는 전시산업발전법이지만 컨벤션은 국제회의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을 따른다. 이원화된 정부 주도로 연결성이 없어 산업성장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마이스 선진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전략적으로 컨벤션과 전시회를 하나의 조직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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