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베트남 권력서열 1위...권력승계 위기론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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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김태언 기자
입력 2019-05-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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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우옌 푸 쫑 서기장 겸 주석 위중설 재확산...'왕좌의 게임' 촉각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주석의 모습이 한 달 가까이 보이지 않자, 베트남 안팎에서 그의 위중설을 비롯한 각종 루머와 함께 권력승계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꼬리 무는 의혹...쫑 서기장에겐 무슨 일이?

쫑 서기장은 지난달 14일 베트남 남부 끼엔장성 시찰 도중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베트남에서 구글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가운데 하나가 '쫑'이었을 정도로 쫑 서기장의 신변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쫑 서기장이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베트남 내 소셜미디어와 비공식 매체들이 쿠테타설, 건강이상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을 실어 나르며 의혹을 키웠다. 건강이상설 가운데는 쫑 서기장이 독감에 걸렸을 뿐이라는 얘기부터 뇌출혈, 뇌졸중 등 중병에 걸렸다는 얘기들이 있었다. 그가 치료차 일본 등 해외에 머물고 있다거나 이미 임종 자리에 있다는 소문도 흘러 나왔다. 심지어 암살됐다는 얘기도 돌았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주석[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정부가 지난달 25일 루머 차단에 나섰지만, 이게 오히려 의혹을 키운 기폭제가 됐다. 베트남 외교부는 당시 쫑 서기장이 곧 일상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우옌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도 쫑 서기장이 산업시찰 강행군 탓에 건강이 악화됐지만,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거들었다.

베트남 정부의 공식 발표는 쫑 서기장이 베트남 전승기념일(4월 30일) 공식행사나 레 득 아인 전 국가주석 장례식(5월 3~4일)에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베트남 정부가 아인 전 주석의 국장을 위해 쫑 서기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쫑 서기장은 전승기념일은 물론 아인 전 주석 장례식에도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공식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타임스(AT)는 최근 쫑 서기장을 둘러싼 일련의 신변이상설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베트남에서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나마 믿을 만한 설은 그가 치료차 베트남 최대 국립병원인 호치민의 쩌라이병원이나 일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그의 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AT에 쫑 서기장의 건강이 얼마나 위중한 상태인지는 이달 중에 열릴 당 중앙집행위원회 총회 참석 여부로 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 소식통으로부터 쫑 서기장이 뇌졸중에서 일부 회복됐지만, 한 쪽 팔이 마비된 상태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포스트 쫑' 후계구도 안갯속...승계위기설

쫑 서기장은 2016년 제12차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유임돼 2020년까지 두 번째 5년 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9월 쩐 다이 꽝 주석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권력서열 2위인 주석 자리도 꿰찼다. 베트남에서 한 사람이 서기장과 주석을 겸하기는 국부 호치민 이후 쫑 서기장이 처음이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셈이다. 쫑 서기장은 이를 배경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 섰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최대 국영기업으로 꼽히는 페트로베트남(PVN)의 회장을 지낸 딘 라 탕 전 호치민시 당서기가 기소돼 2017년 5월 정치국원에서 경질됐다. 정치국은 베트남 공산당의 최고 권력기구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다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감찰위원회가 지난 5일 국방부 부지 사용과 관련한 규정을 위반해 중대한 재정 손실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해군 최고위직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베트남에서는 쫑 서기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사정 바람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 푸언 쑥 베트남 총리[사진=베트남통신]


쫑 서기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비견되는 강력한 권력을 쥔 상태에서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만큼 누가 그의 뒤를 이을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베트남이 승계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그 배경을 상세하게 짚었다.

무엇보다 쫑 서기장이 이미 75세 고령이라는 게 문제다. 베트남 최대 정치행사로, 2021~2025년 차기 정국을 이끌 정치리더를 꼽는 제13차 전당대회가 열리는 2021년에 쫑 서기장은 77세가 된다. 2016년에는 연령제한(65세) 예외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지만, 2021년에는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정치국이 지난해 초 '건강'을 요직 인사의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조치는 2인자였던 꽝 주석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결국 쫑 서기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쫑 서기장의 후계자가 서기장과 주석을 겸하게 될지도 의문이다. 디플로맷은 만약 '서기장 겸 주석'직이 대물림되면, 당 규정 및 규범에 맞는 후보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쑥 총리·브엉 서기·찡 조직위원장 3파전?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쫑 서기장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는 응우옌 푸언 쑥 총리(64), 쩐 꾸억 브엉 당 상임서기(66), 팜 밍 찡 당 중앙조직위원장(61) 등 3명이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되려면 65세 미만이어야 하고 정치국원을 최소 1선 이상, 이상적으로는 2선 이상 지내야 한다. 또 지방 당이나 인민위원회의 수장으로 직접 통치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역대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모두 보수 성향이 강한 북부 출신이었다. 쫑 서기장 역시 하노이 출신이다.

우선 쑥 총리는 2선 정치국원으로 정치리더로서의 경험을 두루 쌓아 후계 경쟁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연령제한과 그가 남부 꽝남성 출신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쩐 꾸억 브엉 베트남 공산당 상임서기[사진=베트남통신]


초선 정치국원인 브엉 서기는 중앙감찰위원장으로서 쫑 서기의 반부패 사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북부 타이빈성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연령제한을 넘어섰고 통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북부 타인호아성 출신인 찡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 가운데 꽝닌성에서 당을 이끌며 경제·행정 개혁을 추진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 초선 정치국원이긴 하지만 3명 중 유일하게 나이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가 고위인사들의 모든 자료를 다루는 강력한 자리인 중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견제로 베트남에서는 지금까지 중앙조직위원장 출신 서기장이 배출되지 않았다.

디플로맷은 이들 3명의 후보 가운데 누구라도 서기장이 되려면 베트남 공산당이 공식·비공식 규칙을 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셋 가운데 확실한 후보가 없기 때문에 2021년 제13차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격렬한 '왕좌의 게임'이 전개돼 베트남이 승계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팜 밍 찡 베트남 공산당 중앙조직위원장[사진=베트남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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