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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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19-04-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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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얼투데이]


집은 꼭 사야 할까요? 빌려 쓰면 안 되는 걸까요? 내 집 마련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문제입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을 요즘 참 많이 하는데요.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막상 실천을 하자니 신경 쓰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집을 사지 않으면 나중에 집값이 올라 후회하지 않을까 불안하고, 세입자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집주인에게 나중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트렌드가 조금씩 변화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자동차, 가전 등을 렌트해서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부동산시장에서도 에어비앤비, 공유오피스 등 ’빌려 쓰는’ 것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다만 ‘집’은 워낙 고가이기도 한데다 앞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는 ‘사는 것’에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집값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소유’한 집보다 더 좋은 ‘임대’에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무시할 수 있을까요? 자금력이 탄탄한 임대관리전문회사나 건설사와의 계약이라 집주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요?
 

[사진=리얼투데이]


최근 들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갖춘 민간임대들의 공급이 늘고 있는 것은 ‘집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 수요’와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내 소유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 목돈을 들이지 않아도 살기 좋은 집을 꿈꾸는 잠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처음에는 임대관리전문회사와 건설사들도 ‘분양’이 아닌 ‘임대’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기업형 임대주택(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 주거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점차 활성화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브랜드를 입힌 임대주택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오롱하우스비전 ‘커먼라이프’,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롯데자산개발 ‘어바니엘’, 신영 ‘지웰홈스’ 등이 그 예입니다.
 

[사진=리얼투데이]


제공되는 주거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코오롱하우스비전에서 공급한 ‘커먼라이프 역삼 트리하우스’에는 반려 동물을 위한 샤워실과 테라스, 캣타워 등이 설치됐습니다. 입주자에게는 침구류 제공 및 월 1회 침구세탁, 월 1회 세대청소, 토요일 조식 제공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KT에스테이트의 ‘리마크빌 동대문’에는 대형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트렁크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탁 대행 서비스가 제공되고 회의룸, 코인세탁실 등이 설치돼 있고요.

롯데자산개발의 ‘어바니엘 가산’에는 CCTV만 120개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습니다. 여성 전용 주차공간도 설치하고 북카페와 세미나, 회의실로 쓸 수 있는 멀티룸, 입주민 전용 창고도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 롯데몰, 롯데시네마,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등 롯데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신영의 ‘지웰홈스 동대문’에서는 입주민을 위한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를 마시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인 ‘라운지242’에서는 각 시즌별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데요, 할로윈 파티와 축구 응원전 등이 열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3층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1~2인 가구를 고려한 ‘펫존’이 마련돼 있다고 하네요.
 

[사진=리얼투데이]


오피스텔 등 1~2인을 위한 주거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가족 단위 거주자가 주로 거주하는 민간임대 아파트에도 차별화된 주거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민간임대 아파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거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양전환이 되는 ‘분양형’ 상품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임대관리전문회사나 건설사가 직접 운영하는 ‘임대형’ 상품으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리얼투데이]


롯데건설이 작년 7월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공급한 ‘김포한강 롯데캐슬’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입주민들에게는 자유로운 주거이전이 가능한 캐슬링크 서비스부터 아이돌봄, 가전제품 렌탈, 그린카 카셰어링, 조식 배달 등의 생활지원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근무지 변경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 때는 전국에 위치한 롯데캐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포함)으로 이동이 가능해 중도 퇴거시 발생하는 위약금도 면제받을 수 있다고 하고요. 롯데그룹 계열사의 공통 멤버십인 ‘엘포인트’와도 연동돼 임대료나 관리비 등 생활비를 포인트로 납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태영은 작년 9월 전북 전주시에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 네스트Ⅱ’를 공급해 평균 경쟁률 13대 1로 청약 모집을 마감한 바 있습니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이 곳은 단지 내에 실내체육관, 골프연습장, 스포츠센터, 작은 도서관, 맘스라운지, 공방 등 일반 아파트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이 제공됐고요. 이 아파트는 최소 임대 의무기간 8년을 보장하고 분양 전환 시 임차인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고, 청약통장, 주택소유 관계없이 청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수요자들이 몰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리얼투데이]


HDC민간임대주택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1842번지 일원에 민간임대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지하 3층~지상 19층, 4개 동, 전용면적 74~84㎡, 총 214가구로 구성되는데요. 보육에 특화된 평면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수요자들의 큰 호응이 예상됩니다. 유아 교육 전문기관과 함께 단지 내 놀이학교를 운영하며, 맞벌이 부부를 위한 ‘All day care’ 보육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세대 청소 서비스인 ‘홈케어’와 HDC 계열사 혜택 등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하네요.
 

[사진=리얼투데이]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에도 ‘워라밸’은 주거트렌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의 비해 삶의 질이 중요시 하는 수요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주거서비스’가 가장 큰 화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가사생활(세탁, 청소, 소독, 식사 등) 지원, 건강 및 여가생활(헬스장, 골프연습장, 텃밭, 반려동물 공용 공간 등) 지원, 생활편의(개인 심부름이나 구매 대행 등) 지원, 육아지원 및 교육(돌봄, 공부방, 북카페 등) 지원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KT, KT, LGT와 같은 통신사들이 외식,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분야와의 제휴 서비스도 더 활발하게 등장할 것 같고요. ‘아이파크’, ‘푸르지오’, ‘래미안’ 같이 브랜드를 갖춘 ‘임대’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게 되겠죠.

다시 질문을 던져 봅니다. 집은 꼭 사야 할까요? 빌려 쓰면 안 되는 걸까요? 가심비(價心比)가 높고 질 높은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집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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