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순방 중 잇단 외교 결례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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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3-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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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권 3년차 때 외교관 출신 의전비서관 첫 기용…정치논리에 휘둘린 외교라인 전문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청와대'도 '정부'도 예외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라인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시스템 문제'부터 '기강 해이' 논란까지, 한마디로 나사 빠진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3개국(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 기간 터진 잇따른 외교 결례 논란이 연일 확산하고 있다. 한번이 아니다. 여러 차례다. 반복된 실수는 '실력'이다.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는 그 나라의 '국격'이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아세안 3개국서 빠짐없이 외교 결례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는 현지어로 인사했다.

하지만 이는 인도네시아의 오후 인사다. 말레이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땅(Selamat petang)'이다. 문 대통령이 한 '슬라맛 소르'도 '슬라맛 소레'라는 인도네시아어의 영어식 발음이다.

이경찬 영산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도네시아어의 뿌리가 말레이어에 있으니 sore건 petang이건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외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연설, 그것도 해외 국빈방문에서 대통령의 한 마디는 그 나라의 국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오후 인사말과 밤 인사말을 혼동하기도 했다. 첫 번째 방문국인 브루나이에서도 문 대통령은 하시날 볼키아 국왕 주재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는 주류 판매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엄격히 금지한다.

마지막 순방국인 캄보디아 방문 기간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는 '대만의 국가양청원(國家兩廳院)' 사진을 게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을 앞두고 외교부의 공식 영문 트위터에 체코 국명을 '체코슬로바키아'로 오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수다. 유럽 중앙 내륙의 연방제사회주의공화국인 체코슬로바키아는 '1918∼1992년'에 존재했던 국명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최신형 기자]


◆외교라인 시스템 오작동 우려 확산

이에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날(20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방문국 국민에게 친숙함을 표현하고자 현지어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로서 아픈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쯤 되면 '시스템의 문제'다. '오작동한 시스템'이 대통령의 외교 결례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일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직권 면직한 지 104일 만에 신임 의전비서관(박상훈)을 임명했다. 박 비서관은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교부 관료 출신 의전비서관이다.

대통령 참석 행사를 담당하는 의전비서관실 비서관을 집권 3년 차 때 외교부 출신을 처음으로 기용한 것이다. 과거 정부는 의전비서관의 업무 특성상 외교관 출신을 선호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주로 정치인 출신이 관련 업무를 맡았다.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라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정부 1기 '4강(미·중·일·러) 대사'에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배치했다. 한층 복잡해진 '아그레망'으로 4강 대사 인선은 정부 출범 후 170일 만에 마무리했다. 

그간 한·미 간 물밑 접촉을 맡았던 대미 라인은 종적을 감췄다. '정치논리에 휘둘린 외교라인→전문성 약화→외교 결례 및 각국 접촉망 부재' 등의 고리 끊기가 문재인 정부의 당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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