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의 경영 부담이 안팎으로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공세가 거세지는 한편 내부에선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갈등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다.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N%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까지 맞물리자,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가 고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완성차 3사(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의 '하투(夏鬪)'가 파업으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당장 7월 말까지 3주 연속 파업이다. 전날 현대차지부 중앙쟁의대책위원회가 4차 회의를 열고, 오는 29~31일 주·야간 근무조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13~15일 2시간씩, 20~22일 4시간씩 파업한 데 이은 것이다. 그에 따른 추정 손실은 이미 수천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사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는 내부 공지를 통해 "노조는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법제화 전 사전 합의, 상여금 50% 인상 등 요구안에 대한 수용 없이는 교섭 자체가 불가하다고 선을 긋고 있어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안건이었다면 이미 수용 의사를 표명하고 교섭이 마무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 요구안 중 단연 주목받는 건 성과급이다.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라는 게 골자다. 예컨대 지난해 순이익 기준으로는 3조원 넘는 돈을 성과급에 쓰게 된다. 그만큼 회사는 이익이 줄고, 수익성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은 이유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추진에 성공한 만큼 현대차 노조 역시 막판까지 회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아가 놓인 상황 역시 같다. 기아 노조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와 관련 전날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대비 찬성률 92.5%로 안건도 가결됐다. 또 다른 국내 완성차 르노코리아의 경우 이미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3사 동시 파업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업황이다. 반도체와 달리 완성차는 중국 전기차 공세에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맞서기 위해 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성과급 요구까지 수용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대응 여력은 더 줄어든다. 업계 '큰 형'인 현대차마저 올해 연간 목표 판매량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밖에서는 가격을 낮추고, 안에서는 비용을 늘리는 이중고에 놓인 셈이다.
실제 현대차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승조 재경본부장은 "유럽에서 중국 전기차 공세가 상당히 공격적"이라며 하반기 출시 예정된 아이오닉3 관련 "가격 경쟁력을 우선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자동차를 많이 팔더라도 큰 수익이 남을 수 없는 구조가 돼가고 있다. 당장 2분기 실적에서 국내 완성차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도 이러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손실도 문제지만,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계속 임단협 안건에 오를 것도 문제"라며 "중국 전기차가 가성비 전략을 펼치며 점차 가격을 올리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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