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캡틴 마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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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3-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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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봉하는 영화 '캡틴 마블' [사진=영화 '캡틴 마블' 스틸컷]

"난 항상 통제되어왔지. 하지만, 내가 자유로워진다면 어떻게 될까?"

"고귀한 전사이자 영웅"인 크리 종족의 '스타 포스'로 활약 중인 비어스(브리 라슨 분). 그는 철저한 훈련 끝에 강력한 파워를 지니게 된다. 그는 크리 종족의 숙적이자 악당인 스크럴을 쫓아 지구까지 찾아오게 되고 낯선 행성에서 향수를 느낀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비어스는 지구가 낯설지 않고 되려 친숙하게 느껴지며 잃었던 조각들을 찾기 시작한다.

쉴드 요원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분)는 지구에 불시착한 비어스와 만나 스크럴을 추격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비어스가 캐럴 댄버스라는 이름의 파일럿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크리와 스크럴 종족에 관한 비밀과 거짓말, 그리고 비어스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영화 '캡틴 마블'은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이자 지난 '어벤져스' 시리즈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새로운 유니버스의 포문을 여는 작품, 캐릭터인 만큼 '캡틴 마블'은 여기저기 많은 부분에 공을 들이고 '눈치'를 본 흔적이 그득하다. 스토리 적인 측면이나 액션 등에서는 거침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여성 히어로기 때문에 으레 달라지는 것들을 피하려고 한다.

'캡틴 마블'은 '여성' 히어로가 아닌 '히어로'에 집중해, 그녀가 '캡틴 마블'로서의 역할과 몫에 충실하도록 한다. 예컨대 여성 히어로기 때문에 모성애를 기반으로 배려심이 깊거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사랑에 흔들리는 법 없이 비어스는 오로지 '목적'을 위해 달리고 또한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게 위기를 넘긴다. 우리가 으레 봐온 히어로적인 면모지만 여성 히어로가 이 '익숙함'을 입었을 때 다가오는 생경함은 관객들에게 분명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비어스가 감정적으로 완벽히 결여된 인물은 아니다. 그가 과거를 기억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꺼내는 과정에서 '인간적'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감정적 호소가 아닌 소통,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익숙하면서도 그간 여성 캐릭터들에게 너무나 등한시되었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기도.

또 여성들과 연대 역시 그간 마블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타개, 그야말로 "어벤져스의 희망"이자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한다.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다.

스토리 적인 면에서도 '캡틴 마블'은 흥미롭다. 그간 히어로 무비가 평범한 인물이 특별한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려왔다면 '캡틴 마블'을 반대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다른 초능력을 가졌지만 기억, 즉 자아를 잃은 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힘의 기원을 찾으며 그 힘을 진정 '다룰' 수 있게 되는 이야기로 여타 히어로 무비와는 전혀 다른 전개 방식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마블 영화의 팬이라면 닉 퓨리, 필 콘슨(클락 그레그 분) 등 반가운 얼굴을 보는 재미 또한 있을 것. '어벤져스'의 시작점답게 여기저기 많은 작품, 세계관과 유연하게 닿아있다. '캡틴 마블'이 '처음' 만나게 되는 '낯선' 인물들(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지만)의 '낯선' 얼굴을 목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닉 퓨리의 '안대'에 숨겨진 비밀이나 신참 시절의 필 콜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메인 빌런 로난 등 예상 밖 재미가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세계관은 점점 더 탄탄하고 방대해지고 있으며 솔로 무비와 '어벤져스'의 이야기도 더욱더 매끄럽게 연결된다. 거기에 볼거리와 화려한 액션신 등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 그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쌓아 온 '역사'는 꽤나 깊고 단단해서 작은 힌트나 제스처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깊은 웃음과 감동,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새롭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입성하게 된 브리 라슨 역시 마찬가지. 그녀 역시 이 웃음과 감동, 고민의 중심에 설 인물이 될 것이다.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짧은 치마를 나풀거리며 악당을 물리치는 '여성 히어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캡틴 마블'은 충분히 '안심'하고 볼 만 하다. '요즘' 아이들이 평등하게 동경하고, 함께 꿈꾸며,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여성 히어로'의 등장이라는 점에서는 부러운 마음마저 들 정도다. 오늘(6일) 전세계 최초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3분, 관람등급은 12세이상이다. 쿠키영상도 2개 포함이니 크레딧이 끝나도 자리를 뜨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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