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해외건설, 수주보다 수익성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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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9-03-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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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해외수주 활력 제고방안'이 발표됐다. 경제활력 회복대책의 일환으로 해외수주 확대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책의 내용은 전방위적이다. 해외건설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 민간과 공공기관의 협업을 통한 투자개발사업 수주 확대, 범정부 차원의 수주지원 활성화 등이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해외건설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면 해외건설업계도 크게 환호할 만하다. 하지만 해외건설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한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는 해외건설업계가 2010년대 초반에 이른바 '어닝 쇼크'를 겪은 뒤 수주보다 수익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해외건설 활성화의 지표로 수주실적을 중시해 왔다. 우리 해외건설 수주는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652억 달러, 660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주요 해외건설업체들의 '어닝 쇼크'도 사상 최고 수주실적을 거둔 2013∼14년경에 큰 이슈가 됐다. 해외건설사업의 부실화에 따른 대규모 손실은 국내 주택경기의 초호황에 힘입어 이제서야 간신히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2010년대 초반의 해외건설 부실은 '수주 지상주의'가 화근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자 건설업체들은 중동시장의 플랜트 수주경쟁에 열을 올렸다. 기업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성장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해외건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마침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중동국가의 플랜트 발주도 급격하게 늘었다. 그 와중에 우리 건설업체들 간의 과당경쟁은 저가수주를 초래했고, 수행역량을 넘어선 급격한 수주물량의 확대는 사업 부실화에 따른 천문학적인 손실을 남겼다.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이 얻은 교훈도 컸다. 수주보다 수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절실하게 느꼈다. 지난 3∼4년간의 저조한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수익성 중시 경영과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의 해외건설 수주 부진을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정부의 '해외수주 활력 제고방안'은 제목부터가 수주지향적이다.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와 같은 초고위험국, 터키나 우즈베크 같은 고위험국의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수주확대를 위해 사전협의 절차도 간소화하고,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의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지표에 해외수주 실적을 반영하고, 해외수주 담당직원에게는 손실발생에 대한 면책도 부여하겠다고 한다. 해외수주 실적이 호황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해외수주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리스크 테이킹은 적절한 리스크 관리와 병행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례도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새로운 것처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과거와 유사한 현상의 반복인 경우가 많다. 10여년 전의 상황이 올해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오랫동안 국내 건설경기의 호황을 이끌어온 민간주택시장이 침체국면을 맞이했다. 공공건설시장은 물량도 적지만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업체들로서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해외진출 확대가 필요하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 건설업체들이 과거보다 좀더 수익성을 중시하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어닝 쇼크'를 통해 배운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해외건설의 지원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수주 확대의 주체가 되고 싶은 듯하다. 공공기관에 적극적으로 해외건설업체 역할을 떠맡으라고 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렇게 해서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들도 과거 해외사업의 실패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에서 해외수주를 독려하더라도 다른 한편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사업에서 떠안은 손실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번 돈으로 메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정부나 공공기관이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보게 된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또다시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수주보다 수익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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