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T 임직원들의 '아현동 점심'..."그 새 단골집까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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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8-12-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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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현지사 화재 피해지역 9개 시장 찾아 사과·위로금 안내

  • - 시장상인회 협조 얻어…"전통시장 알릴 기회" 긍정적 반응

  • - 28일까지 '점심 식사 캠페인' 지속…"단골집까지 생겼다"

KT 관계자가 18일 서울 용문전통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방한용품과 함께 아현지사 화재에 대한 사과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최다현 기자 ]


"KT에서 나왔습니다. 화재로 불편하셨지요? 겨울이라 추울텐데 이거(방한조끼) 입으시고 안에 들어있는 위로금 접수 안내장 읽어주세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문시장에서는 KT 마케팅부서 임직원들이 상인들의 점포를 하나하나 방문하며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위로금 지급 신청을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KT는 전통시장 상인들에 방한복과 누빔 앞치마를 제공하는 'KT 온(ON) 마켓' 행사를 진행 중이다. 행사 대상은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지난 12일 마포구 월드컵시장을 시작으로 오는 20일 인왕시장까지 9개 시장 2000여개 점포를 방문할 예정이다. KT는 이번 행사를 통해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직접 사과를 전하고 있다.

KT는 지난 18일 서울 용문전통시장에서 'KT ON마켓'을 진행하고 1만원 이상 구매 영수증을 제시하는 손님들에게 선물을 증정했다.[사진=최다현 기자 ]


상인들 뿐만 아니라 손님들을 대상으로도 행사를 열었다. KT는 시장에서 1만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가져온 고객에게 핫팩과 건강음료, 온쫄면 등이 담긴 선물을 증정했다.

이날 KT가 온마켓 행사를 진행한 용문시장도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용문전통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전체 128명의 상인들 중 50% 이상이 KT 이용자다.

용문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옥선 씨는 "화재가 났을 때 2, 3일 정도 결제도 안되고 전화도 안터져서 피해를 입었다"며 "김장철인데 손님들 전화를 못받아서 고생했고 현금만 받아야 하니까 그냥 가버린 손님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씨는 "그래도 KT에서 위로금 신청도 받고 겨울에 따듯하게 입을 수 있는 누빔 앞치마도 줘서 좋다"고 웃음지었다.

이 씨 뿐만 아니라 대다수 상인들이 KT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반재선 용문전통시장상인회장은 "용문시장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고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생각해 KT의 행사 제안에 찬성했다"며 "100%는 안되더라도 얼마라도 보상해주면 영세상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 상인회에서 위로금을 취합해 신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래 KT 마케팅전략본부 팀장은 "나이가 많은 상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위로금을 신청해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직접 안내하는 차원에서 온마켓 이벤트를 열고 있다"며 "상인들을 찾아 사과의 말을 전하면 KT 잘못 아니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가 18일 서울용문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방한용품과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최다현 기자 ]


피해를 입은 상인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KT는 광화문지사와 혜화지사의 구내식당 운영을 중지하고 피해지역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에 위치한 KT 건물 옆 도로에는 점심시간에 직원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며 광화문역에는 KT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 소풍을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점심 캠페인 아이디어는 직원들의 제안에서 처음 시작됐다.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의 말을 전하고 복구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점검하자는 의미에서다. 임직원들은 이런 제안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도 피해지역 식당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정로역 인근에서 한식당 '목원'을 운영 중인 조정선 씨는 "충정로는 오피스상권이라 주말에는 쉬는 집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편이었지만 예약 전화를 받지 못해 잠재적인 매출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KT 직원분들이 많이 찾아줘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처음에는 직원들이 인근 충정로 정도로만 다녔는데 요즘은 더 멀리까지도 나간다"며 "연말 회식도 피해지역에서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단골집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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