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동화 속 소똥구리를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군득 기자
입력 2018-11-05 14:4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박천규 환경부 차관]

박천규 환경부차관

“살아있는 소똥구리 50마리를 5000만원에 삽니다.”

한동안 화제를 일으켰던 인터넷 기사 제목이다. 이름마저 정겨운 소똥구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현상금을 걸고 수배까지 하게 되었는지, 누리꾼들의 익살스러운 상상력이 더해지며 한동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실 환경부가 소똥구리 복원을 위한 연구사업을 입찰 공고한 것인데, 인터넷에서 5000만원 현상금으로 둔갑하면서 소똥구리와 생김새가 유사하고 똥을 좋아하는 각종 풍뎅이들이 소똥구리를 대신하여 때아닌 수난을 겪었다.

결국 잘못된 정보로 인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국민에게 소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이후 소똥구리의 멸종을 안타까워하고 복원을 응원하는 국민 목소리도 이어졌다.

과거 소똥구리는 가축을 키우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목초지가 감소하고 인공사료 및 살충제 사용 등으로 가축 사육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지역절멸종'이 되었다.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춘 야생생물이 어디 소똥구리뿐일까.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 10월 30일 발간한 보고서 '살아있는 지구(Living Planet)'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4년까지 44년간 포유류·조류·어류·파충류 등과 같은 척추동물 개체수가 60%나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약 30년 뒤 지금 살고 있는 육상 생물의 10%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자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기본자산이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공급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인간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 생물종의 멸종은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식지 감소와 파편화,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년간 산림은 2%, 농지는 16%, 갯벌은 20%가 감소했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1989년 92종에서 2017년 267종으로 늘어났다.

환경부는 2002년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산양, 여우, 황새, 따오기 등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50마리가 넘는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지역에 살고 있고, 따오기는 300마리 넘게 늘어나 내년에 야생방사를 앞두고 있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반면, 종 복원정책이 일부 종의 개체 수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는 반성도 있었다.

환경부는 지난 10월 말 경북 영양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개원하면서 멸종위기종 보전 정책방향을 개체 증식·복원에서 서식지 보전으로 전환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환경부는 야생생물의 서식환경을 조사·평가하여 최적의 서식지를 조성하는 한편, 도로·철도 등으로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복원하는 등 야생생물의 서식지 안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반달가슴곰 등 현재 복원 중인 종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소똥구리, 여울마자, 나도풍란 등 25종을 서식지 보전에 기반하여 2027년까지 우선 복원할 예정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이 종합계획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가치관에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의 희생과 양보를 바탕으로 한 발전과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고, 그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자연의 섭리와 타고난 본성에 따라 살아갈 뿐인 야생생물들에게 인간의 인위적 간섭과 환경훼손은 가혹하기 그지없다. 개발 사업으로 서식지를 송두리째 내주어야 하는 두꺼비,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 위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산양. 인간의 편의와 안락한 생활을 위해 이유 없이 희생되는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뜨거운 피가 흐르는 생명임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그들의 서식지를 존중하고 돌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염된 강과 바다, 아무도 살지 않는 숲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할 시간을 기다려 주고, 그 안에 있는 무수한 생명들이 인간과 함께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 '공존'이다. 이를 외면할 때 우리가 받아들 수 있는 선택지는 '공멸'뿐이다.

소똥구리는 문학작품과 동화의 단골 소재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어린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똥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이 큰 곤충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소똥구리가 소똥을 똘똘 뭉쳐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만 설명해줘도 까르르 웃는다. 제 몸보다 덩치 큰 똥을 굴리며 가는 모습이 귀엽고도 우스꽝스럽다.

우리 아이들이 소똥구리를 책과 그림으로밖에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흔히들 자연은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소똥구리도 지켜내지 못한 우리들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