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방원배 한화갤러리아 상무 “온리 원 브랜드로 자부심 만들어주는게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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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11-0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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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아명품관 단독 브랜드만 35개…‘포레르빠쥬’ 전세계 8개뿐

  • 공급과잉 시장 속 희소성·충성도·맞춤서비스로 차별화

방원배 한화갤러리아 패션콘텐츠부문장(상무)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샤넬·에르메스·루이뷔통·구찌·고야드···

세계적 고급 명품 브랜드의 한국 매장 1호점은 모두 한화 갤러리아백화점(이하 갤러리아)에서 개장했다. 1990년대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은 비단 서울의 부유층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큰손’들이 상경을 마다하지 않는 명품의 성지로 각광받았다. 현재 갤러리아명품관이 보유한 단독 브랜드만 35개다.

갤러리아는 지난 9월 또 한 번 ‘명품 명가’로서 위상을 탄탄히 하는 소식을 전해왔다. 300년 역사를 가진 프랑스 최고급 명품 브랜드 ‘포레르빠쥬(FAURE LE PAGE)’의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 갤러리아명품관에 국내 1호점을 연 것이다.

포레르빠쥬 유치의 일등공신인 방원배 한화갤러리아 패션콘텐츠부문장(상무)는 “최초 미팅부터 1호점 개장까지 무려 3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속앓이를 시킨 프랑스 명품가의 날선 콧대도 대단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계약을 성사시킨 그의 끈기 또한 만만치않아 보였다.

◆‘포레르빠쥬’ 그들이 갤러리아를 원했다

1717년부터 시작된 포레르빠쥬는 7대에 걸쳐 프랑스 황실 및 귀족에게 무기류 및 가죽제품 등을 납품하면서 높은 명성을 얻었다. 핸드백과 지갑, 클러치 등 ‘스몰 레더(Small Leather)’ 상품을 중심으로 전세계 셀러브리티(Celebrity)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세계 유명 백화점에서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포레르빠쥬는 무리한 확장보다 희소가치를 중시해 최적의 장소에만 매장을 오픈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단 7개 매장만 운영할 정도다.

전세계 8번째 매장이 된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 1층의 포레르빠쥬를 찾은 이달 초, 매장은 한산했다. 하지만 두명의 고객은 십여분 만에 본인이 살 제품을 결정하고 즉각 결제를 마친 뒤 매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방원배 상무는 “갤러리아 고객들은 원래 그렇다”면서 “다른 백화점보다 유독 한산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제품을 구매할 사람들만 매장을 찾는다”고 웃어보였다.

충성도 높은 고객은 갤러리아만의 강점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가심비 있는 제품’ 구축에 꾸준히 노력해왔다. 국내에서 최초로 명품 브랜드를 다수 유치한 경험은 포레르빠쥬 측도 높이 평가했다.

방 상무는 “여러 차례 프랑스를 오가며 협의한 결과, 그들이 우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오랫동안 한국에서 다수의 명품을 최초로 유치한 경력, 충성도 높은 고객, 아늑한(COSY) 백화점의 분위기 등을 그들이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매장 오픈 후 6일간 월간 매출 목표의 절반을 이룬 데 이어 VIP 회원 대상 오프닝 세리머니가 있던 19일 하루에만 나머지 목표치 절반을 채웠다. 오픈 후 일주일 만에 한 달 매출 목표를 달성한 셈. 특히 강남 거주 30~40대 여성 고객의 수요가 폭발적이다. 이들은 데일리배틀백(121만~148만원), 칼리버핸드백(156만~233만원), 퍼레이드백(225만~289만원) 등을 다수 구매했다.

권총 문양을 담은 포레르빠쥬의 대표 핸드백 '칼리버 백'. [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온리 원 브랜드 유치, ‘차별화’만이 살길

갤러리아의 입지는 백화점업계에서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타사 백화점에 비해 규모나 점포 수에서 확실히 밀린다. 온라인 시장까지 가세해 설 자리가 없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원배 상무는 다부지게 “지금 시대엔 오히려 갤러리아만의 색깔이 먹힌다”고 자신했다. 지금은 공급과잉의 시대다. 그는 제품의 홍수 속에서 단연 차별화된 희소가치 브랜드, 스마트한 고객, 나만의 개성을 높여줄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갤러리아가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 상무는 “외형이 커야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지금 백화점업계에서는 저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편집숍, PB(자체 브랜드), 독점 해외브랜드, 신진 유력 브랜드를 유치하려 애쓰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온리 원(Only One) 브랜드를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만든 변화다.

이런 때일수록 그는 “백화점다운 백화점이 통한다”고 역설했다. 그것은 백화점이 고객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리드해야 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방 상무는 “예전에 아버지가 입던 브랜드를 자식이 물려입는 시절은 지났다. 밥 한끼를 먹어도 개성 넘치는 음식을 찾는 영 피플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주는 것, 바로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 백화점의 책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갤러리아는 1990년대 국내 최초로 명품관을 오픈한 이래 ‘최초, 최고’를 추구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1997년 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 등 프리미엄 명품 라인 입점을 국내 최초로 완성했고, 2002년 업계 최초로 전 고객 발레파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2003년 국내 최초 VIP 쇼핑공간인 퍼스널쇼퍼룸(PSR) 서비스도 도입했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하이주얼리·워치 전문 매장을 선보였다. 명품 시장의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남성 코너도 확대했다. 현재 파텍필립, 반클리프앤아펠, 까르띠에 등의 주요 럭셔리 브랜드를 한데 모은 국내 최고 전문 매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4년에는 명품관 웨스트를 국내 처음으로 브랜드 경계가 사라진 ‘보더리스(Borderless)’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1852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프랑스 파리의 봉마르셰백화점도 혁신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일회성 관광객은 지양하면서도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브랜드를 다수 유치, 끊임없이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방 상무는 “봉마르셰를 찾을 때마다 새로운 메시지를 얻게 된다”면서 “갤러리아다움에 충실하면서도 좀 더 새롭고, 신선한 스마트 백화점이 되기 위해 자극을 받는다”고 전했다.
 

방원배 상무가 한화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바잉(Buying)의 기준, 브랜드 속 ‘남다른 스토리’ 있어야

전세계 각지를 돌며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찾아 헤매는 방원배 상무가 한눈에 반해버리는 브랜드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예상치 못한 답을 전했다. 특정 브랜드가 아닌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포레르빠쥬가 론칭하자마자 즉각적인 호응을 얻은 것도 브랜드만의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루이뷔통, 에르메스보다 100년 이상 앞서 탄생한 포레르빠쥬의 장인들이 제작한 무기와 가죽 케이스는 단순히 전쟁이나 사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의 중요 행사나 귀족들의 진귀한 선물로 통용됐다. 특히 발자크와 샤토브리앙, 뒤마, 위고 등 프랑스 대문호들의 작품에도 수차례 등장하며 예술품으로 인정받았다.

방 상무는 “진정한 명품은 오래도록 질리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들만의 헤리티지, 스토리가 풍부히 담겨있어야 희소가치 또한 커지는 것이고 오래도록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아직은 서구의 복식을 따라가려면 역사가 짧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방 상무는 “준지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고 인기가 상상 이상”이라면서 “해외 명품이 몇백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우리도 하루아침에 될 수가 없다. 정부와 산업계가 오랜 기간 꾸준히 훌륭한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션업 성장에 취약한 우리나라 유통구조가 변모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방 상무는 “한국은 특정매입 구조와 홀세일을 하는 시스템이라, 다양한 제품이 다양하게 시장에 진입하려면 그것부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 방원배 상무 프로필
▲강원고
▲인하대 섬유공학 학사
▲연세대 패션산업정보학 석사

▲한화갤러리아 글로벌사업부 해외상품1팀장
▲한화갤러리아 명품관 사업장 남성패션팀장
▲한화갤러리아 센터시티 사업장 영업2팀장
▲한화갤러리아 상품본부 글로벌MD팀장
▲한화갤러리아 상품본부 패션콘텐츠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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