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지난 16년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했지만 출산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16일(현지시간) 헝가리의 출산 장려 정책 성과를 분석한 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 중 하나를 시행했지만 출산율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보도했다.
BBC는 최근 체외수정(IVF)에 실패한 헝가리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부부는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에 따라 두 자녀를 낳겠다고 약속하고 1000만 포린트(약 5천만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약속한 시한 내에 자녀를 갖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원금 외에 150만~350만 포린트(750만원~1,750만원)의 벌금성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제도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체제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다. 결혼한 이성 부부가 자녀 출산을 약속하면 무이자 대출과 주택 구입 보조금, 세금 감면, 자동차 구매 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 내 약속한 수의 자녀를 낳으면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반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각종 혜택이 축소되거나 이자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헝가리는 2010년 오르반 정부 출범 이후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같은 정책을 본격 시행했다. 당시 오르반 정부는 이민 확대 대신 출산율 제고를 인구 정책의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실제 정책 시행 초기에는 출산율이 상승했다.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25명에서 2020년 1.59명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해 2025년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1.31명으로 집계됐다. 정책 시행 초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BBC는 한때 헝가리가 저출산 대응의 성공 사례로 평가 받았지만 최근 들어 출산율이 다시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아 빈 인구연구소의 인구학자 토마스 소보트카는 BBC에 "정책 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출산율 하락이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헝가리의 정책이 출산율 감소 폭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BBC는 경제적 지원이 출산을 결정하는 데 핵심 요인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일부 헝가리 여성들은 출산 지원금보다 의료 서비스와 보육 환경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다페스트에 거주하고 아이를 키우는 29세 여성은 BBC에 "교육과 의료 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저출산 대응 정책에 400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2025년 0.8명까지 하락했다. BBC는 저출산 현상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육아휴직, 공공보육, 유연근무제, 성평등한 돌봄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제도적 지원이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BC는 헝가리 사례가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현금 지원은 출산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헝가리 정부는 출산 약속을 전제로 한 대출 제도와 지원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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