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남구] 221년 전 한·영 첫 만남 '유물'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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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채열 기자
입력 2018-10-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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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97년 10월 영국 탐사선 용호동 정박...주민에게 망원경·권총 주고 떠나

헨리호와 우정을 쌓은 용당포 주민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촌락(1952년 미군 촬영)[사진=부산 남구청 제공]


부산시 남구청이 한·영 만남 221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정을 상징하는 유물을 찾는다.

남구청이 찾고자 하는 유물은 200여 년 전 영국 함선이 남구 용당포에 표류해 8일간 머물며 용당포 주민들과 특별한 우정을 쌓은 뒤 출항에 앞서 함장이 용당포 주민 한 명에게 우정이 징표로 선물한 망원경과 권총이다.

한국과 영국은 1797년 10월 14일(정조 21년) 부산시 남구 용당포 앞바다에서 첫 조우했다. 이날은 북태평양을 탐사하기 위해 항해를 하던 87톤급 영국 탐사선 프린스 윌리엄 헨리호(함장 윌리엄 로버트 브라우턴, 1762~1821)가 부산 인근에서 연료로 쓰는 땔감과 식수가 바닥 나 용당포까지 떠밀려 왔다.

용당포에 출현한 이 영국 함선은 최근까지 프로비던스호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남구청이 영국 이양선 복원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로비던스호가 아닌 헨리호로 밝혀졌다.

헨리호는 프로비던스호의 부속선으로 모선인 프로비던스호(406톤급)가 오키나와 인근에서 좌초되면서 브라우턴 함장을 포함한 선원들이 헨리호로 옮겨 타고 탐사를 이어가던 중 용당포 앞바다로 표류했다.

용당포 주민들과 관원들이 나룻배를 나눠 타고 헨리호에 승선하면서 조선이 최초로 영어를 만나는 역사적 순간을 가졌다. 그러나 '언어불통'으로 제대로 된 의사전달이 불가능했던 점이 여러 문헌에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영국함선에 필요한 물과 나무를 제공했고 선원들도 육지에 상륙해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부산의 해안 탐사와 측량을 실시하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브라우턴 함장이 우리 말 38개 단어를 수록한 '북태형 탐사 항해기'의 일부 발췌 모습. [사진=부산 남구청 제공]


헨리호가 용당포에 머무는 동안 브라우턴 함장은 주민들과 손짓발짓으로 '물(Mool)', '나무(Sonamo)', '바람(Parrum)' 등 우리말 38개 단어를 이해하고 채집하는데 성공했다.

1979년 10월 21일 8일 만에 용당포를 떠나면서 브라우턴 함장은 친하게 지낸 주민 4명 중 한 명에게 우정의 징표로 권총과 망원경을 선물했다.

헨리호의 방문 사실은 브라우턴 함장이 자신의 항해일지에 꼼꼼히 기록해 놓은 뒤 영국으로 돌아가 '북태평양 탐사 항해기(A voyage of discovery to the north pacific ocean)'를 출간하면서 '용당포에서의 모험'을 상세히 다뤄 유럽 전역에 알려졌다.

또 조선왕조실록((정조21년 9월6일, 정조실록 47권)에도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남구청은 조선과 영국의 첫 만남과 우정을 상징하는 이 망원경과 권총이 국내 어디엔가 아직 있을 것으로 판단해 헨리호 방문 221주년을 맞아 유물 찾기에 나섰다.

박재범 남구청장은 "헨리호의 방문은 우리 역사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자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브라우턴 함장이 주고 간 권총과 망원경을 찾게 된다면 양국의 친선뿐만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구는 영어권과 조선의 최초 만남이라는 역사성을 알리기 위해 당시 기록들을 기초로 용당포(신선대부두)가 바라보이는 무제등공원에 이런 스토리를 담은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남구청 홍보팀은 브라우턴 함장이 주고 간 영국제 망원경과 권총 등 유물을 가진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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