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꼼수 왕 선발대회인가? 국회의원 정량평가제도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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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입력 2018-09-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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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국회(의회)를 입법부라고 부른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한 국회가 핵심기능인 입법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대의정치를 한 마디로 의회정치라고도 일컫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그 신뢰도가 땅에 추락해있다. 세계경제포럼 등이 해마다 조사·발표하는 대한민국 ‘정치인(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부끄럽게도 GDP 세계 12위와는 거리가 먼 후진국 수준이다.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국회에선 입법성적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정작 뽑아준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간간이 나오는 얘기지만 일부 얄팍한 국회의원들은 민생과 상관없는 이른바 ‘꼼수법안 발의’를 통해 법안발의 건수를 늘리고 있다. 단순한 자구수정(단어 바꾸기) 및 법정형 정비(형량 높이기 또는 낮추기) 등이 그것이다. 국민들이 체감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게 법안을 발의하는 건 매우 중요한 평가척도가 된다. 법안을 많이 발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평가대상이다. 실제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매년 실시하는 우수 국회의원 평가에서 법안발의 실적 평가비중은 상당히 높다.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평가할 때 법안발의 건수와 더불어 본회의 의결 건수가 중요한 사항이 되기 때문에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이견이 없고 만들기 쉬운 갖가지 꼼수 입법 행태를 동원하고 있다.
 

[표=법안 다수 발의 의원 TOP 20]


그런데 꼼수 입법 증가를 부추긴 건 역설적으로 국회를 감시하겠다고 나선 시민사회단체이다. 16대 총선을 앞둔 1999년 말 전국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해 낙천·낙선 대상 후보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각 시민사회단체가 차근차근 쌓아놓은 의정활동 평가 자료를 한데 모으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개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15대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출결기록 및 법안발의 현황 등이 포함됐다. 정성평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수로 정량화하여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하는 방식으로 매겼고 이것이 지금까지도 국회의원 평가로 굳었다. 결국 시민사회단체의 정량평가가 의원입법 남발을 부르고 졸속 입법 논란을 초래한 셈이다.

20대 국회 상반기가 지난 5월 2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5월 29일 막을 내렸다. 데이터정치경제원구원은 20대 전반기 국회가 발의한 법안을 전수·조사했다. 법안 총수는 1만4647건이다. 이 가운데 정부발의 법안(687건)을 제외하면 300인 의원을 통해 발의된 법안은 무려 1만3960건으로 의원 1인당 평균 약 47건이다. 이미 19대 국회 의원발의 건수(1만6729건)의 무려 83.4%에 해당한다. 이러니 국회 사무처 전문위원실은 법률안 검토보고서 작성에 1년 365일 야근에 해마다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하지만 법안실적을 높이기 위해 위와 같은 꼼수법안 발의 외에도 유사한 법안을 다수 또는 동시 발의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등 변칙 꼼수를 부려 실적을 높이는 의원들이 있다. 이에 데이터정치경제원구원은 변칙 꼼수왕도 점검해 봤다.

A의원은 20대 국회 상반기 전체 발의 건수 100건 이상으로 TOP 20에 들었고, 지난해 각종 시민단체 및 언론기관 등에서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의정활동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과연 그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였을까? A의원이 발의한 법안 가운데 형량 높이기와 단어 바꾸기 등 이른바 ‘꼼수법안 발의’, 민간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법안, 직무대행 관련법안, 성추행 결격사유 포함 등 방법으로 수십여 건을 발의해 법안 수를 늘렸다. 즉 전체 발의법안 가운데 40% 정도를 꼼수법안으로 채웠음을 확인하였다.

법안발의 건수와 본회의 통과 비율로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이 꼼수법안 양산에 변칙 꼼수까지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의원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국민 삶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법안을 발의해주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고민들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입법전쟁이라는 정기국회가 한창이다. 9월 27일 현재 국회 본회의를 거쳐 의결된 20대 국회 법률안은 총 1583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09건(51.1%)이 정기국회 때 가결됐다. 국회는 오로지 평가를 위한 법안에 연연하지 말고, 시민사회단체는 20년 정도 해온 정량평가를 이제는 정성평가로 질을 높이도록 하자. 불필요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업무도 덜어줌으로써 국민 세금을 아껴야 한다.

최 광 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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