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손보업계 출혈경쟁, 메리츠화재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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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9-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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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商道)를 어겼다."

메리츠화재는 최근까지 손해보험업계에서 공공의 적이었다. 메리츠화재가 이전까지의 관행을 깨고 독립보험대리점(GA)에 과도한 판매수수료(시책비)를 약속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메리츠화재가 GA 채널에서 독주하는 일을 막기 위해 경쟁사가 더 후한 보상을 약속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출혈경쟁으로까지 치닫게 됐다.

실제 올해 초 일부 손보사의 GA 시책비는 650%까지 치솟았다. 금융감독원에서 통상 200~300% 수준을 권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는 설계사가 월납보험료 10만원의 보험을 판매했다면 기본수수료 외에 보너스로 65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보다 못한 금감원이 올 상반기 판매수수료 점검에 착수하자 시책비를 통해 GA 채널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메리츠화재는 또 다른 꾀를 냈다. GA 채널 인수 심사(언더라이팅)를 완화하는 방법이다. GA 설계사가 가져온 보험계약은 다소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인수를 거절하지 않기로 한 것. 이 역시 경쟁사에서 유사한 방식을 도입해 경쟁이 붙게 됐다.

시책비 확대와 언더라이팅 완화는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전체 손보사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2조107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5387억원 대비 17%(4317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원수보험료)이 3.3% 늘어났음을 감안하면 수익성 악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쯤 되면 과열경쟁의 원인 제공자인 메리츠화재가 공공의 적으로 지목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메리츠화재가 무턱대고 잘못했다고는 볼 수 없다. 전통적인 보험업이 한계에 도달한 최근 상황에서 '금융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수적이다. 메리츠화재가 이전까지의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영업 채널을 확보하려고 움직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다만 도전에 앞서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시책비 증가와 언더라이팅 완화를 앞세운 메리츠화재의 채널 확보 전략은 GA 몸값을 치솟게 만든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사를 포함한 손보사 전반의 손실만 키웠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혁신이라기보다는 '제 살 깎기'식 아이디어가 된 셈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실패박람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추진 배경을 살펴보면 다양한 실패사례를 모아 사회자산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 사례야말로 손보업계의 새로운 자산이 될 만한 실패가 아닌가 싶다.

출혈경쟁은 공멸을 부른다는 교훈을 남겼다. 손보업계가 단순히 메리츠화재를 질책하기보다는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새로운 출혈경쟁을 방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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