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16주년, 창간 11주년 아주경제

검색
5개국어 서비스
실시간속보

[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 중국 스타트업의 성장, 한국은 왜 정체되는가?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 2018-09-13 05:00수정 : 2018-09-13 07:48
 

[사진=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중국 창업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외국인인데도 중국 지방정부에서 거주 및 사무공간 등 HW 시설 제공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진출을 위한 현지화 지원까지 해주고 있어요.”

얼마 전 인천창조혁신센터가 주관한 중국 지역별 창업환경 교류회에서 만난 20대의 한국 스타트업 CEO가 필자한테 한 말이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확장성이 큰 중국으로 하나 둘씩 옮겨가고 있다. 90년대 말 텐센트(98년), 알리바바(99년) 및 바이두(2000년)의 창업 성공신화로 시작된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2011년 스마트폰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의 등장과 성공은 많은 중국 창업자들에게 꿈과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중국 스타트업은 정부와 시장 그리고 창업자의 열정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일일평균 1만6000개의 스타트업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 중 1%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160개다. 이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만들고, 시장을 견인해 나가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의 성장은 크게 3가지 요인으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정부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창업생태계 구축과 적극적인 지원이다. 혁신과 창업은 뉴노멀 시대를 맞이한 중국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삼은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중국은 2015년 3월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 만중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을 강조하면서, 창업과 혁신의 대중화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정부의 스타트업 육성배경은 늘어나고 있는 고학력 인플레이션과 실질 실업률 해소, 그리고 창업을 통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발전 및 ‘중국식 혁신모델(Chinovation)’을 고도화하기 위한 고육책에서 출발했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해 보인다. 중국 어느 지역이든 창업지원센터에 가면 “공산당과 함께 창업을(跟党一起创业)” 이라는 표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서방의 혁신모델과 중국식 창업관리모델을 융합한 미래지향형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선순환 구조의 창업생태계를 공산당이 직접 나서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창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10억명에 달하는 모바일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막강한 시장의 파워와 그를 뒷받침하는 창업 인프라가 융합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의 플랫폼으로 빨려들고 있다. 광둥성 선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선전의 하루는 실리콘밸리의 일주일이라는 말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제품이 나오는 데 일주일이 걸리는 반면, 선전에서는 하루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전은 ICT(정보통신기술) 제품 제조에 우수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공장간 협업 클러스터가 잘 형성되어 있어 스타트업 기업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기가 매우 수월한 지역 중 하나이다. 이렇게 스타트업이 가진 아이디어의 제품화와 벤처투자 유치속도가 빠르다 보니 세계 젊은이들이 선전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창업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시장과 기업이 융합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창업실패 시 패자부활전을 통한 재창업 및 자금 확대지원 등 다양한 유인정책이 있다. 예를 들어, 취업실패 후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구직관련 비용을 지방정부가 보조하고 있고, 창업기간도 근무경력으로 인정하여 재취업 시 양로보험 등 5대 사회보장비용 납부를 인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창업경험이 있는 구직자의 경우 공무원 시험 응시 시 가산점 부여 등 다양한 우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창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다. 2017년 40만명의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응답자 중 약 90%가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정반대다. 국내 모 대학 40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각각 2.8%와 1.1%에 불과하다. 미래의 중국이 두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한국은 실업률 대란에 빠져 있다. 청년실업률은 10%에 달하며 체감실업률은 23%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성장 방식과 모멘텀이 바뀌지 않으면 지금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고, 청년들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없도록 그들의 다양성과 열정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 또한 천편일률적이고 중복지원의 백화점식 창업지원제도를 지양하고, 전문성이 가미된 통일된 창업정책과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현재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분산되어 있는 스타트업 지원 기능과 역할을 좀 더 세분화, 집적화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창업의 경우는 해당 국가에 대한 전문성과 현지 네트워크 역량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전시성 형태의 지원체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최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국내 스타트업의 중국시장진출 허브기능 확대를 위해 신설한 중국 사업팀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창업 초기부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Born to Global(태생적 국제화)’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업에 의존해 성장하는 경제모델은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리스크 또한 매우 크다. 허리역할을 하는 중소벤처기업과 그것을 받쳐주는 스타트업이 튼튼해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네티즌 의견

0개의 의견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0자 / 300자
뉴스스탠드에서 아주경제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