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맏아들 이에요, 맏아들"…67세 아들, 생며부지 父에 오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금강산 이산가족상봉·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4 17: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의 량차옥(82·왼쪽) 할머니가 남측의 동생과 언니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동생 양계옥(79), 언니 양순옥(86). [사진=연합]

처음 본 아버지였다. 예순이 넘은 아들은 어린아이 마냥 목놓아 울었다.

24일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2회차 상봉에서 아버지를 만난 조정기(67)씨는 아버지가 상봉장으로 들어오자 마자 까치발을 들고 눈물을 쏟았다.

조씨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맏아들이에요 맏아들"이라며 오열했다.

조씨는 아버지 옆에 앉아 연신 눈물을 흘리며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살아계실 줄은"이라며 울먹였다.

조씨와 동행한 가족들도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조씨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조덕용(88·당시 21세)씨는 북으로 갔다. 조씨의 어머니는 68년 동안 아버지를 기다렸다가 올해 돌아가셨다. 그리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살아계신 아버지가 조씨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 상봉의 최고령자인 강정옥(100) 할머니는 멀리 제주에서 금강산으로 북측의 동생을 만나러 왔다.

강 할머니와 함께 온 딸 조영자(65)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상봉장으로 들어오는 정화(85)씨를 보자 한눈에 알아보고 "저기다"를 외쳤다.

강 할머니의 딸 영자씨는 "엄마, 이모 옛날 얼굴 있나 없나 잘 봐"라고 연신 당부하자 "응"하는 대답과 함께 휠체어에 앉아 소녀처럼 박수를 치는 등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나란히 앉은 강씨 자매는 서로를 꼭 안으며 볼을 비볐다.

막내 여동생 순여(82)씨는 정화씨의 자리로 달려오며 "언니"를 불렀고, 이에 정화씨와 순여씨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였다.

정옥 할머니는 "정화야, 정화야, 아이고 정화야 안아줘야지. 아이고 정화야 고맙구나"라고 계속 말했다. 정화씨는 "믿어지지가 않는구나"라고 말하며 기쁨을 표했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 남다른 사연을 갖은 이산가족도 있었다.

다른 이산가족이 6·25 전쟁을 전후로 가족과 헤어진 뒤 60여년 만에 상봉을 하는 것이지만, 송유진씨(75)는 26년 만에 북측 가족들을 만났다.

송씨가 북측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1992년 9월, 평양에서다. 태국 등지에서 커피 사업을 했던 송씨는 주태국 북한 대사관을 통해 어머니의 소재를 찾은 뒤 방북했다.

송씨는 "당시에 북한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방송을 듣고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했다"며 "(어머니를 찾았단 연락을 받고) 통일원(국토통일원, 통일부의 전신)에 방북 허락을 해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송씨는 전쟁 때 누나와 함께 포항 할아버지집으로 피신하면서 여동생·남동생과 개성 친정으로 피신했던 어머니와 평생 헤어지게 됐다. 아버지는 전쟁 때 폭격으로 세상을 떴다.

일생의 소원이었던 어머니와의 상봉을 이뤘을 당시 송씨의 나이가 마흔아홉, 모친은 예순여덟이었다. 어머니는 송씨를 만나고 1년가량이 흐른 뒤 돌아가셨다고 한다.

송씨는 "나도 어머니 보고 싶은 희망으로 살았는데 어머니도 큰아들이 보고싶은 마음이셨을 것"이라며 "만나고 나니 살아야 할 의욕을 잃으신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양 방문은 송씨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줬다. 여동생은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의사로 일했고 남동생도 김책공업대학을 나와 연구소 중책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송씨는 "북에 갔을 때 만났던 형제들은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흩어진 어머니와 동생들이 고생하며 살지 않았을까 마음 졸였을 송씨로선 반가웠을 법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