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불교가 사라져야 부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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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8-08-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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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사진=연합뉴스]


학력위조·은처자·사유재산 은닉 의혹을 받아왔던 설정 총무원장의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41일간의 설조스님의 단식과 불교포커스·불교닷컴·MBC PD수첩의 보도, 그리고 재가불자(출가하지 않은 불교 수행을 하는 신자)들의 한마음이 작용한 당연한 결과라고도 한다.

의혹을 받는 권승(권력을 잡은 승려)들은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세상에 알려진 의혹들’이 많은 설정 총무원장까지 품기에 생각보다 조계종의 살림은 그리 넉넉하지 않나 보다. 손가락질하며 절을 떠나는 신자들을 바라보며 희생양과 꼬리 자르기가 필요했을 수 있다. 하지만 촛불의 힘이 아닌 종회의원들에 의해 탄핵이 가결된 것은 면피를 위한 또 하나의 꼼수일 수 있다.

전통사찰을 조계종이 쟁취하면서 불교계의 불행은 시작됐다. 절 뺏기에 승리한 조계종의 행복은 그리 오래갈 수 없다. 부처님 법에서 말한 당연한 인과응보이기도 하다. 과도적으로 전통사찰의 운영을 승가가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한 지역 수행 단체들이 감시하는 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모든 일 역시 보시(시주)로 승가들을 먹여 살려주는 재가신자들을 배은망덕하게 함부로 대하는 함량 미달의 권승들의 ‘특권’이 사라져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듯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고자 출가한 일부 승려들에게 금권을 버리고 대신 수행을 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직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가운데 재가와 승가는 함께 평등해질 수 있다. 하지만 수행 정진하는 이들은 숨어 있어서 그런지 찾아보기가 어렵다. 어쩌면 찾아가서 만날 수 있다면 이미 도인도 뭐도 아닌 그냥 도인인 척하는 연극배우인 경우가 태반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 개혁하고 정화하지 않으면 불교의 미래는 없다고 하나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다 죽고 세상이 멸망해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전할 것이다. 정 안되면 또 다른 미래 부처가 나서 중생을 구제할 가르침을 전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 승려도 버리고 절도 버리고 부처님까지 버려도 된다.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만을 간직하고 수행하며 고통을 여읠 수 있는 행복한 길로 내디디면 될 따름이다. 그런 마음으로 수행하며 살아가라며 부처님은 이미 우리에게 법을 전했지만 이를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은 듯하다.

설정 총무원장의 ‘질서없는 퇴진’을 통해 우리 불자들이 이 점을 다시 한 번 새기면 좋겠다. 이름만 큰 스님도 버리고 다니던 절도 버리고 부처님까지 버려야 한다. 이런 이름뿐인 불교가 사라져도 부처님의 가르침만 우리 마음에 남고 DNA에 새겨져 있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재생할 수 있다. 그렇게 인연대로 물처럼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면 될 따름이다.

불교가 사라져야 부처가 산다. 너희가 부처라고 가르쳐 주신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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