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조계종의 종무원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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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9-06-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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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땀을 흘리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참된 노동을 할 수 있다. 5인 이상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가진다. 법이라는 게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자의 권리와 노조 활동은 당연히 보호해 줘야 하며, 조계종 법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대한불교조계종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로부터 ‘부당 노동행위’라는 판정을 받았다. 지노위는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또 “사용자는 즉시 노조가 요구한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소수라고 해도 직원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설사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노조 설립 자체는 대다수 직원의 묵인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조계종 사측은 승려들과 신도들 사이에서 늘 수고하는 직원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 국가 법체계를 벗어나서 존재할 수 있는 종교법인이나 특권은 있을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과 산하기관의 종무원들은 지난해 9월 노조를 설립했다. 올 4월 노조는 자승 전 총무원장 시절 ‘감로수’ 생수 사업 관련해서 비리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자승 전 원장을 고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총무원은 노조 간부 2명을 해고하고, 2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현재는 해고 무효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계종은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삼성전자 백혈병 가족과 기륭전자 해고자 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불러 위로했다고 한다. 부처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자비의 불교 대표 종단 조계종이 살인과 같은 노동자 해고를 했다는 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야말로 명백하게 해종행위이며 훼불행위가 아닐까.

누구나 자신의 직장 나아가 종교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런 진심에서 불교 신도이기도 한 종무원 노조원들의 의혹 제기는 공익신고의 영역에 속한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보호받아야 한다.

사측인 조계종은 지금 아픈 것을 보지 말고 얼른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정말 잘못이 없다면 사측의 소통 대화 부족이 문제일 수 있다. 부처님의 자비 정신으로 감싸줘야 할 조계종의 일꾼들을 종단이 나서서 무자비하게 대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적절하지 못하다. 만약 종무원 노조가 한밤중에 길을 잃었다면 바로 나가서 등불을 켜서 잘 안내하면 될 일이다. 그게 수행자가 걸어가야 할 맑고 밝은 아니 정말 참된 길이 아닐까 싶다.

거꾸로 자비로운 수행자가 될 것인지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측으로 보이고 싶은지 이제 조계종 승려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정의롭고 공정한 민주 시민사회가 성숙해 가는 지금. 조계종 노조와 관련된 결단을 신도들은 물론 일반 사회인들은 주시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 불교가 이웃 종교의 손가락을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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