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故임세원 교수 추모,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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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입력 2019-01-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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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


“그렇다. 난 죽기로 했다.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자동차 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자동차 열쇠가 없었다. 늘 열쇠를 두던 거실의 바구니와 내 가방, 그 어디에도 자동차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집안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다가, 작은 방에서 엄마와 함께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이내 참았던 눈물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자살을 하려던 생각을 포기했다.”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다른 의료진들의 안위를 살피다가 참변을 당한 고(故) 임세원 교수의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알키, 2016년)의 한 부분이다.

임 교수는 사건 당시 긴급 대피공간에 숨었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동료 간호사들에게 “빨리 피하라”고 소리를 치는 과정에서 변고를 당한 의사(醫師)로 의인(義人)의 의미로서 의사(義士)이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였던 故 임세원 교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관련된 100여 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던 대한불안의학회 학술지 “ANXIETY AND MOOD”의 편집위원장이었다. 훌륭한 연구자였던 고인은 한국자살예방협회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위원회장으로서 한국형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사고 당일이자 2018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자살예방교육을 고려대(고인의 모교)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좋아했다. 모교 선후배들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참된 고대인(高大人)이다.

환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의사였던 고인은 “나의 선의가 타인의 선한 반응을 끌어내고 그 결과 타인의 선함을 경험하면서 나의 모난 모습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생의 마지막을 선행을 넘어 의로운 행동으로서 마감했다.

황당하면서도 시끄러운 뉴스가 끊이지 않는 이런 불편한 시대에 안타깝지만 정말 의로운 행동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 故 임세원 의사(義士)를 추모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故 임세원 교수의 빈소는 강북삼성병원 인근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다고 한다. 발인은 오는 4일 오전 7시 30분이니 시간이 별로 없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까지 모두 꼭 조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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