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잘 받기 위한 당근이 필요할 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양성모 기자
입력 2018-08-08 1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양성모 금융부 기자]

“회사가 어려워지자 대출을 해준 은행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한 조선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회사가 잘 나갈 때는 대출을 권유하거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잘 해주다가 조금 어려워지자 금리를 올려 대출을 회수하려는 걸 보니 20여년이 넘도록 한 은행과 거래해온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조선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이들 조선업체 근로자들에게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 채무자들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관리에 들어가면서 일부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금리인상 및 대출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의 금융소외현상을 막기 위해 ‘포용적 금융’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주요 과제는 △서민의 금융부담 완화 △청년, 중·장년,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 △취약채무자 보호 강화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이다. 대부분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과도한 부담은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포용적 금융 정책을 보면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잘 빌려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개최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은산분리 완화로 인터넷은행이 활성화 되면 중금리 대출 시장 규모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빌려주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잘 받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포용적 금융에 발맞춰 다중 채무자나 장기채무자의 채권 소각 등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채용비리로 인한 검찰의 수사와 잇따른 규제 등으로 이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나친 채찍질은 풍선효과로 다른 곳에서 터져나올 수 있다. 앞으로 은행들이 채무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찍질만이 아닌 당근을 제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