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조선협력단지’ 기대감 낮은 조선업계 “일감 확보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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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05-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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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전 비해 악화된 업황… "있는 공장도 매각 하는 상황"

조선소. [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선협력단지' 건설사업이 10년 만에 다시 추진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사업의 주체가 될 조선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3사는 남북조선협력단지와 관련해 사업성 검토 등 구체적인 구상과정에 돌입하지 않았다. 철도관련 기업과 건설사 등이 TF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 조선협력단지 현재로선 어려워

조선업계는 남북 조선협력단지 건설이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나눠줄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 조선협력단지 건설은 앞서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추진된 내용이다. 안변 지역에 선박 블록공장을 건설하고 남포의 영남 선박 수리공장의 설비를 현대화하며 기술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국보다 값 싼 북한의 노동력과 세계 1위인 남한의 조선기술이 더해지면 시너지를 낼 것이란 생각에서다.

선언 이후 2차례에 걸친 민관합동 현지조사가 진행되는 등 당시 사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정권교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중단됐다.

조선업계가 조선협력단지 실현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이유는 업황 때문이다. 이 사업을 추진했던 2007년은 조선업계 최대호황이라 부를 만큼 업황이 좋았던 시기다. 2007년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은 320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달했다. 이와 비교해 지난해 수주량은 644만CGT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업계는 앞서 수년간 이어진 수주가뭄으로 심각한 일감부족을 겪고 있다. 남한에 존재하는 도크도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조선소를 짓고 일감을 나눠주기는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며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 등지에 있던 블록공장도 철수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법정관리에 돌입한 성동조선해양도 블록공장 변환 등을 고려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조선 호황기 해외에 지었던 블록공장도 매각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중국 산둥성에 지은 산동유한공사는 지난해 100억원대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산동유한공사는 자구안에 매각대상으로 분류된 자산”이라며 “아직 생산을 하고 있긴 하지만 머지않아 매각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황 개선되면 가능성

다만 조선업 시황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조선협력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낮은 임금과 위치상 이점을 고려했을 때 비용 측면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따져 본 것은 아니지만 임금과 블록 운반 등을 고려하면 북한에서 블록을 만드는 것이 중국에서 블록공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문제는 일감이다. 업계에선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친환경 선박 발주 및 수리 수요가 늘어나면 이 사업이 본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IMO는 2020년부터 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춘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선 해운사가 새로운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거나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국내공장이 대폭 축소된 현 상황에서 다시 공장이 절실해질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를 완전히 낙관하기는 어렵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사로부터 수주한 선박에 북한에서 만든 블록을 활용하려면 수주과정에서 협의가 돼야한다”며 “또 국내 직원과 해외 선주 관계자가 북한에 상주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해결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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