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5년만 해빙무드…한반도 정세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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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3-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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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베이징서 최고위급 회동…관계개선 신호탄

  • 트럼프 불안한 北, 패싱론 불편한 中 한발 다가서

  • 中 지렛대 역할 커질 듯, 북미 회담 악영향 지적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서 북·중 간 최고위급 회동이 이뤄지면서 양국 관계가 5년 만에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차이나 패싱' 논란이 불편한 중국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댈 곳이 절실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이 커질 수 있지만, 이는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복잡하게 만들어 한·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급해진 中, 北에 손 내밀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지 2년 뒤인 2013년 말 대표적 '친중파'였던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북·중 관계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자 중국은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태세 전환을 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대북 제제 결의 2397호가 대표적이다. 원유와 정유제품 공급 한도를 각각 연 400만 배럴과 200만 배럴로 제한하는 게 골자인데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로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시작했고,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철저히 배제돼 '차이나 패싱'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3자회담과 6자회담 등을 견인하며 지렛대 역할을 자처해 온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중국은 한반도 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대국외교' 노선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도달했다.

결국 중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 북·중 최고위급 회동이 성사됐고, 양국 관계도 5년 만에 정상화 국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北, 미국과 담판 짓기 전 보험 가입

북한으로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결단으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연쇄 회담이 성사됐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우려가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하고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등 대북 라인을 강경파 일색으로 교체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이 한국·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이다. 올해는 북한이 주장하는 건국 70주년으로 상징성이 크다. 김정은이 전향적·유화적 태도로 돌변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가장 먼저 가시적인 제재 완화에 나설 수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혹여 협상이 틀어진다면 더더욱 중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로 향하는 행보만 견지한다면 직·간접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북한과 미국을 잇따라 방문한 바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지난 12일 정 실장을 만난 시 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은 북한과의 대화 내용, 진정성과 태도, 김정은 개인에 대한 평가 등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 개선, 어떤 영향 미칠까

중국은 무력 사용을 배제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유지해 왔다. 이같은 측면에서 북·중 관계 개선이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핵을 포기해야 체제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에 꾸준히 전달했다"며 "미국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대북 발언권이 강화되면 북한과의 직접 담판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던 한국과 미국의 셈법이 꼬일 수도 있다.

중국이 뒷배를 봐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북한은 위축되지 않고 협상을 주도하려 할 것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가 녹록치 않아질 수 있다.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발발하는 등 양국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앞세워 대미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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