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논란] ⑩-끝 한국 아연산업 상징···산업유산 지정 통해 역사 남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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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2-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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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된 아연괴가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석포역을 출발하고 있다.[사진=채명석 기자]


영풍그룹 최고경영진들은 오는 6월부터 석포제련소를 국민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B2B(기업간거래) 기업인 (주)영풍은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그러하듯 법 제도를 잘 따르면서 품질 좋은 제품을 잘 만들고, 매출을 통해 얻은 수익을 재투자해서 시설을 늘려 고용을 늘리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벌어지고 있는 환경오염 의혹과 그에 따른 책임과 보상, 석포제련소 폐쇄라는 환경단체와 정부, 국회의원들의 집단적인 공세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제련소 개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임직원들의 반대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깨끗한 아연 생산 과정을 눈으로 목격한다면 그동안 제기해 온 많은 오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석포제련소는 환경부 규제 기준의 10분의 1 수치의 오염물질만 배출할 정도도 환경 규제를 잘 지키고 있다”면서 “낙동강 상류지역에 위치했다는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환경보호에 대해 많이 신경쓰고 있고 어떤 아연제련소보다 잘 관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려고 견학을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석포제련소는 현재 석포면 인근 지역 관광 프로그램과 석포제련소 견학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안을 포함한 공장 개방 프로그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견학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 석포면 방문객도 늘어 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련소 이전은 사실상 폐쇄···사업 접어야”
석포제련소 고위 관계자에게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회, 환경단체들이 석포제련소 폐쇄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주)영풍이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최악의 상황이란 사업장의 이전, 및 폐쇄를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한국의 전체 산업, 이 가운데에서도 제조업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감수해야 할 위험의 문제”라면서 “실제 일어나지 않은 잠재된 부작용을 중심으로 산업을 바라보면 기업들이 관리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과하다”고 답했다.

그는 “공익적인 문제 때문에 사업장을 옮긴다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일까? 기업? 또는 정부와 지자체? 현재로서는 비용대비 효과가 너무 적다고 본다. 또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전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 국내에서는 어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일반 공장은 장소를 옮겨도 설비를 재활용할 수 있지만, 아연 제련소 설비는 분리되면 고철 밖에 되지 않는다. 수천억 원을 투자한 설비가 몇 푼짜리 고철로 팔아야 하니, 새로운 곳에 가면 지금과 같은 제련소를 짓는데 새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딜 가든지 또 다시 환경이슈로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문을 닫는게 낫다. 골치 아픈 사업을 뭐 할라고 또 해야 하나”라고 전했다.

(주)영풍은 지난 2012년 강릉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옥계지역 비철금속특화산업단지에 7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20만t 생산 규모의 영풍 제2 제련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 반대에 부딪치고 2013년 6월 이 곳에 먼저 입주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소 페놀 유출 사고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2021년까지 재허가 받아야···친환경 투자 하루 빨리 추진해야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통합환경관리제도에 따라 석포제련소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새 법에 따른 사업 허가 받아야 한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대기, 수질, 폐기물 등으로 나뉘어 있는 기존 환경시설 인허가를 통합한 것으로, 이미 운영중인 사업장들도 시행 이후 4년 안에 이 제도에 따른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석포제련소를 포함한 비철금속 제조업종들은 올해부터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 됐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의 경우 올해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환경영향 전면 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권 인허가권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라, (주)영풍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속에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새 제도 시행이 오히려 석포제련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련소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허가를 안내주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환경 기준을 갖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니, 그 허들(기준)을 통과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현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펴고 있으니 우리가 이 기준을 통과하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주)영풍은 석포제련소에 대한 친환경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또한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8월 43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투자계획을 확정해 환경부와 대구지방환경청, 경북도청, 봉화군청에 보고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00억원을 가장 1공장의 설비 철거 후 재건설하고, 노후화 된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바꾸겠다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제련소 관계자는 “(그들은) 환경개선 투자가 아닌 설비투자라고 주장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낡은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바꾸는 것이 환경개선 투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많은 이들이 그 돈을 주민들에 대한 보상비로 쓰여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대가로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환경단체의 시각으로 보면 어떻게 라도 계속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게 우리의 한계다. 대립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로 설득하고 이해 시켜 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석포제련소의 산업사적 업적 기려야
한국 아연 제련 산업의 효시인 석포제련소는 산업사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철금속 불모지였던 한국이 세계 1위 아연 생산국가로 발돋움 하는 발판을 마련,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자원전쟁 속에서 후방산업에 안정적으로 아연을 공급, 철강 등 관련 산업이 세계 정상권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고, 수입대체 효과를 통해 막대한 국부 유출을 막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는 “수출산업과 수출진흥을 통해 한국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사업을 키워낸 영풍그룹 오너 일가와, 기술개발 및 품질혁신에 모든 것을 쏟아낸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환경단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들이 건전한 시각과 객관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석포제련소도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 사태의 결과를 현재 시점으로 판단해 석포제련소가 이뤄냈고 추진하고 있는 환경개선 활동을 노력을 무조건 부정하고, 폐쇄만이 답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미래를 위해 석포제련소의 발전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여론 환기 조성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석포제련소를 ‘산업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청은 국내 지방자치단체들 중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2013년부터 문화재로 지정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산업 건축물을 찾아 심의를 거쳐 산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장항제련소, 성광성냥공장 등 12곳이 지정됐다.

독일, 영국 등의 경우에 에센 주의 트르페라인 탄광군이나 과거 공장 등을 산업유산으로 지정해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흔적으로 남기고 있다.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한 석포제련소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면서 “빨리 논란을 마무리 해 기업 본연의 활동에 전념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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