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괴물'로 문단 내 성폭력 폭로..교육계 대입수시 영향력 악용 제자 성폭행 재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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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효 기자
입력 2018-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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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수시 불이익 우려 항의 못해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라는 시로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했다.[사진 출처: JTBC 뉴스룸 동영상 캡처]

최영미 시인이 지난 해 발표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가 최근 ‘미투(Me Too)'열풍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교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1인칭 시점으로 En선생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담과 목격담에 대해 담고 있다.

최영미 시인이 '괴물'로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하기 전에도 시인 배용제(54)가 지난 해 9월 대입 수시에서의 영향력을 악용해 여고생 제자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기 전에도 문단과 교육계에서의 성폭력 문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었던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지난 해 9월 12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용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배용제는 지난 2012∼2014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 중이던 경기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문예창작과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배용제는 2013년 3월 창작실 안 서재에서 A양에게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며 입을 맞추고 추행했고, 같은 달 지방에서 백일장 대회가 개최되자 A양에게 “늦게 끝나니까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말하라”고 시키고 창작실로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같은 해 9월 배용제는 “내가 과외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과외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B양에게 겁을 준 후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졌다.

배용제가 장기간에 걸쳐 이런 성범죄를 자행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대입 수시 전형이었다. 배용제가 재임하고 있던 학교의 학생들은 교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교생활기록부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었다.

배용제 학교 학생들은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려면 문예창작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했다. 실기교사인 배용제는 출전 학생을 추천할 권한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피해 학생들은 배용제로부터 성폭행 등을 당하고도 대입 수시 전형에서의 불이익이 두려워 범행에 맞서지 못했다.

배용제는 학생들에게 “내게 배우면 대학에 못 가는 사람이 없다. 나는 편애를 잘하니 잘 보여라”며 “문단과 언론에 아는 사람이 많다. 사람 하나 등단시키거나 문단 내에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배용제는 ○○예고 교사로 근무하며 학생들에게 “손금을 봐주겠다”며 손을 잡아끈 뒤 “손금을 보면 너의 가슴과 성기의 모양이 다 드러난다”고 말하곤 했다. 악수를 하듯이 손을 잡고선 손가락으로 학생의 손바닥을 긁었다.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다리가 예쁘니 짧은 것만 입고 다녀라”, “속옷이 다 보인다”, “가슴이 되게 예쁠 것 같다”며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자신의 창작실로 학생들을 불러 강제로 입을 맞추고 추행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라 이런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따라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것보다 더 심한 성폭력이 교육계에서 많이 자행되고 대입 수시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최영미 시인 등처럼 이를 폭로하지도 못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교 입시에서 수시 비중은 2018학년도 73.7%에서 오는 2019학년도엔 76.2%로 늘어난다.

중부대학교 교육대학원 안선회 교수는 “대입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사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 교사가 부당한 일을 해도 학생들이 수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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