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콘텐츠 산업, 공정과 상생 담보되면 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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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8-01-1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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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콘텐츠 비즈니스 센터, 민간에 개방할 수도

  • 뉴콘텐츠 개발은 민간 주도, 정부는 토양 마련에 힘 써야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현장에서만 20년 있다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으로 왔다. 7대 전략을 세웠는데 그 중 공정과 상생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방송, 게임, 가요 등 모든 장르에 있어서 공정과 상생이 담보돼야 콘텐츠 산업 시장이 성장한다고 본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CKL센터 16층에서는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취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고상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여느 간담회와 달리 이날 행사에서는 가수 김윤아의 ‘길’, 이적의 ‘같이 걸을까’ 같은 대중가요를 들을 수 있는 다소 이색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마찬가지로 대중가요를 활용해 화제가 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모든 곡을 직접 선곡했다는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앞으로 생경한 길을 가야하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있어 그런 각오를 담았다. 가사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바탕은 자유로운 상상력에 있다”며 웃어 보였다.

거친 사투리의 말투처럼 김영준 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사실이 아닌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항변했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며 양해를 구했다. 시원시원한 답변으로 전임 원장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 김영준 원장을 만나봤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연예 매니지먼트밖에 몰라? 리더십 발휘가 중요

김 원장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잔뼈가 굵어졌다. 가수 정태춘의 매니저로 활동하던 김 원장은 1995년 연예기획사 ㈜다음기획을 설립해 윤도현 밴드와 김제동, 김C 같은 연예인을 배출했다. 이로 인해 연예계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한콘진의 수장으로는 역량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장은 “나는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다. 직무 자체가 삶의 궤적이다. 현장에서 했던 게 직무에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계에서 10년 간 있으면서 누구보다 시장 동향을 지켜봐 왔다”며 “한콘진이 다루는 장르나 분야가 넓다.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면 좋겠지만 원장이란 자리는 실무적 지식보다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조직의 힘으로 모자란 능력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반박했다.

㈜다음기획 대표 시절에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당시 탁 행정관은 ㈜다음기획의 매니저와 본부장으로 일했다. 항간에는 이번 김 원장 선임에 탁 행정관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위계질서가 잘못됐다”는 김 원장은 “같은 회사에서 6년 정도 같이 있었다. 탁 행정관은 이번 선임 과정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한다. 가끔 만나기도 하는데 정신없이 바쁘더라. 청와대 내부 일이나 국정인사에 개입할 시간도 없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조직 개편, 필요하다면 민간에게도 개방

김 원장은 취임 후 첫 단추를 꿰는 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송성각 전임 원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만큼, 떨어진 한콘진의 위상을 살리고 직원들의 자존감을 다시 높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김 원장은 “장르 조직을 강화하는 게 주요 골자다. 장르의 사업과 정책, 기능이 통합될 수 있는 조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 지방 분권, 문화생태계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원장은 방송, 게임 분야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실제로 방송과 게임은 한국 콘텐츠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게임은 해외 시장의 성장으로 대표적인 효자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김 원장은 “게임과 방송은 하나의 장르로 격상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해외시장 개척의 활로 역할을 하는 해외 콘텐츠 비즈니스센터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기본적인 기능은 세일과 마케팅에 두되 축적한 정보와 동향을 한콘진 장르 사업부와 공유하는 것이 주된 임무란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실질적으로는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팔 수 있도록 마케팅과 세일즈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와의 인적 네트워크도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콘텐츠 비즈니스 센터에는 거기에 맞는 전문가들이 가야 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민간 개방직으로 문호를 개방할 수도 있다”고 열린 자세를 보였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영혼’ 있는 원장보다 ‘파워’ 있는 원장 될 것

“‘공무원이 무슨 영혼이 있느냐’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의 사유, 감수성, 상상력, 행동이 그대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영혼 있는 공무원’을 주문하며 문체부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차원으로 강한 쇄신 드라이브를 예고하기도 했다.

‘영혼 있는 공무원’에 대해 김 원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영혼보다는 파워가 있는 원장이 되겠다는 김 원장은 “두 번의 대선 캠프를 거쳤다. 내 인생에서 전혀 부끄럽지 않은 과거다. 이를 통해 쌓아온 또 다른 인적 네트워크가 생겼다”면서 “과거 어떤 원장보다 정부나 문체부, 국회 유관기관과의 협조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외압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췄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케이 팝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가 여전히 해외에서는 강세이지만,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인해 의문이 따른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이따금씩 일어나는 일본의 혐한류(한류에 대해 혐오감을 가짐) 움직임은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신한류, 뉴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김 원장은 “달라진 정책과 접근 통로가 필요하다. 그래서 신한류란 개념을 만들었다. 양국 간에 쌍방적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부터 콘텐츠 수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까지 정책 사업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민간이 이를 주도하고 정부는 판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뉴콘텐츠 개발은 민간의 영역이다. 정부가 주도하기엔 정부의 조직이 해괴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뉴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인재 양성 사업,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개발에 장애가 되는 게 있으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1962년 11월 18일 출생 △대구 영신고등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다음기획 대표이사(1996~2013) △대경대학교 전임교수(2003~2008) △한양대학교 겸임교수(2010~2012) △세한대학교 전임교수(2014~2017) △고양문화재단 선임이사(2016~2017)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2017~현재) △저서 ‘신명풀이로 풀어본 한국의 대중음악’(세한대학교 대학원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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