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미국,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 가속화…우리나라는 '답보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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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1-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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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화폐'로 인정…'최소한의 규제' 실행

  • 미국, '재산'으로 인정…자금세탁 '집중 규제'

  • 중국·러시아, 가상화폐 거래 불법 간주…규제 강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반 상점에서 가상화폐를 받는 곳이 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커피숍에 가상화폐 이더리움 결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가상화폐 규제방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각국의 규제방안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 법무부 주도의 초강력 가상화폐 규제안이 나오자, 거래소 및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답보상태에 직면했다. 

그러나 해외 각국은 발빠르게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각국은 규제 수위가 저마다 다르지만, 일본이나 미국은 가상화폐를 재산의 단위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규제를 하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가상화폐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반면 중국·러시아,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규제 수위를 한껏 높인 상황이다. 다른 나라보다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적절한 규제안을 찾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과 정치]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와 한국은행의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중심으로 각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현안을 짚어봤다.

◆ '최소 규제' 일본, '화폐'로 인정…공적 결제수단 허용

일본은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지 않지만 거래는 허용해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즉, 달러와 마찬가지로 불태환 화폐로 받아들이면서 최소한의 규제만 하는 셈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을 경험하고 있어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가상화폐에 대한 법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가상화폐를 불특정인에게 대금 지급을 위해 사용하거나 엔, 달러 등 법정통화와 상호 교환하거나 전자적 기록으로 이체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 즉 '화폐의 기능'을 가지는 것을 인정했다. 따라서 공적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일본 재무성과 금융청은 가상화폐를 살 때 부과하는 소비세를 폐지했다. 다만, 거래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가상화폐 매매 등을 업으로서 실시하는 가상화폐 교환업자에 대한 사전 심사와 등록을 의무화했다. 가상통화 거래소는 자본금과 순자산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이용자 재산의 분리 보관, 거래 시 본인 확인, 재무제표 외부감사 의무 등도 함께 부과했다.

지난해 12월엔 국세청이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방침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가상통화를 통해 얻은 이익을 종합과세 대상 잡소득(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관련 소득이 20만엔(약 192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자진 신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업회계기준위원회에서 △가상통화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보고 △거래가 활발한 가상화폐는 시가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상통화는 장부가로 평가, △과도한 가격변동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는 레버리지 거래 규제를 도입, △시세조작 및 내부자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업계의 자율규제 노력을 지켜보며 추후 규제 여부를 검토한다는 내용의
'가상통화 관련 회계 기준' 초안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가상화폐를 화폐로 받아들이면서, 일본 내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의 '일본 가상통화 규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엔화와 비트코인 간 거래는 전 세계 비트코인 교환의 약 30~40%를 차지했으며 상품 구입 후 가상통화로 결제할 수 있는 점포도 늘어나는 등 일본의 가상통화 거래는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미쓰비시(三菱) UFJ 금융그룹(MUFG)은 올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가상통화 'MUFG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소를 개설할 방침이다. 은행의 가상화폐 발행과 거래소 개설 추진은 이번이 첫 사례다. 미쓰비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MUFG코인'을 이용자 간 송금이나 가맹점에서의 쇼핑 대금 지불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 미국, 화폐 아닌 재산으로 인정…자금세탁 '집중 규제'

미국은 가상화폐를 화폐 및 지급수단이 아닌 '일반상품'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니라 재산으로 취급해 소득세를 물리는 게 특징이다. 가상화폐가 실제 공급 제한성으로 인해 상품으로서 특성이 부각되면서 지급결제 매개수단으로서 유용성은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가상화폐 규제는 주로 자금세탁 및 미인가 자금 이체에 집중돼 있다.

다만, 주(州)마다 입장 차이가 있다. 미국 뉴욕주는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보고 2015년 6월 자금세탁방지, 이용자보호 등을 고려한 종합규제체계(BitLicense)를 마련했다. 디지털화폐를 교환수단 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전자적 단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 영업인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네바다주에선 지난해 7월 미국 최초로 블록체인이나 스마트계약을 이용한 거래에 과세·제재하는 걸 금지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 상원의회에는 지난 9일 주정부에 납부할 세금·이자·벌금을 가상화폐로 내는 것을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2016년 뉴햄프셔주에서 비슷한 법안이 가격변동성 우려로 폐기된 바 있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따라서 2015년 9월 정부 감독당국 협의체(CSBS)에서 각 주별 지침이 되는 표준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근거로 코인베이스가 미국 24개 주에서 인가를 받고 공인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익스체인지를 개장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역시 가상화폐 관련 파생금융상품 규제방침을 마련했다. 가상화폐 가격을 바탕으로 한 옵션 및 선물 상품 출시는 CFTC와 관련된 규제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인허가 없이 출시한 가상화폐 옵션 상품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 중국·러시아·일부 동남아, 비트코인 거래 자체 불법간주

중국, 러시아, 베트남은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가상화폐공개(ICO) 거래소 영업을 중단시키고 지난 2일 비트코인 채굴 사업의 퇴출까지 지시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일부터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막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3일 인도네시아중앙은행(Bank Indonesia·BI)은 "다상화폐는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줄 수 있으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재차 경고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은행계좌를 동결하는 등 규제 강도를 한층 높였다.

유럽 은행감독청(EBA)에서는 상업용 거래에 가상화폐를 사용할 경우 유럽연합(EU)법에 규정된 환불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중앙은행들도 비트코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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