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100%가 빽…'강원랜드' 게이트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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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10-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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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정부 여권인사 줄줄이 연루 국감서 연일 폭로전…檢수사 촉각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19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 편의 드라마가 진행 중이다. 제목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핵심 줄거리는 강원랜드 합격자의 100%가 이른바 '빽'이 있다는, 사회 기득권층의 민낯 백태다. 시나리오는 제보자의 폭로로 시작됐다. ‘비리 혐의자’인 주·조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보자와 주·조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키조차 어렵다.

판은 크게 벌어졌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은 2017년 국정감사장 곳곳을 뜨겁게 달궜다. 여권은 이를 ‘카지노 게이트’로 명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언급하며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며 ‘공공기관 전수조사’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에 맞서 야권에서는 사정정국으로 번질까 노심초사하며 ‘자료 불법 취득’ 프레임을 고리로 강하게 반발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청년층의 상실감과 직결한 대표적인 적폐”라며 “(수사에 따라) 이명박(MB) 전 대통령 비리보다도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국면은 반칙과 특권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 급제동을 걸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與 초선 이훈, 채용비리 민낯 밝힌 제보자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은 ‘초선’ 이훈(서울 금천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에서 시작했다. 이 의원실의 ‘2013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 따르면 2012년∼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채용 당시 최종합격자 518명 모두가 유력자의 취업청탁 대상자였다.

강원랜드는 1995년 제정 공포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3년 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출범했다. 취지는 광산업의 사양화로 침체된 폐광 지역의 경제적 발전과 국가 경쟁력 확보였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허용 카지노라는 특혜를 입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인사 채용 등 조직 운영은 권력층의 먹잇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초반, 무소불위 권력자의 의혹을 받은 이는 구여권의 자유한국당 소속인 3선의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과 재선의 염동열(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의원이었다. 두 의원은 당시 1·2차로 작성된 청탁자 명단의 120명 중 각각 11명과 46명을 청탁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 의원과 관련해서는 제척 여부를 놓고 한동안 시끌했다. 민주당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 측은 “정치적 공세”라며 요지부동이었다.

이 의원은 국감이 후반전을 향해 가던 이날 “권 의원의 사촌동생까지 인사 청탁에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2차전을 벌였다. 이 의원에 따르면 강원랜드 인사 청탁자 목록에는 권 의원 사촌동생 권은동씨가 3명의 인사를 청탁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권씨는 강릉 소재 S건설 회장이자 현 강원도 축구협회장이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은 ‘초선’ 이훈(서울 금천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에서 시작했다. 이 의원실의 ‘2013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 따르면 2012년∼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채용 당시 최종합격자 518명 모두가 유력자의 취업청탁 대상자였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구여권 권성동·염동열 주연···정우택·함승희 조연

권씨가 청탁한 것으로 의혹받는 3명은 강릉 출신의 최모씨와 황모씨, 서울 관악 출신의 박모씨로, 이들의 인·적성평가 순위는 각각 570등·376등·482등으로 하위권이다. 이 의원이 공개한 강원랜드 인사청탁 명단의 청탁자1에는 권씨, 청탁자2에는 축구협회가 각각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의 사촌동생의 부탁이라는 점이 채용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권씨가 강원랜드와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2008년과 2013년 각각 하이원호텔 시설개선 공사 46억원, 광해관리공단 사옥 이전 신축공사 32억원을 수주했다고 폭로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즉각 “권성동·염동열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몸통’”이라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채용비리 민낯은 이뿐만이 아니다. 구여권 소속인 한선교(경기 용인병)·김기선(강원 원주갑)·김한표(경남 거제) 의원 측이 각각 1명, 이이재·이강후 전 의원 측이 각각 11명·1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구여권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복마전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들이 주연이라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전직 국회의원인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은 조연급이다. 이들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설전을 벌였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원내에 진입한 함 사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탈당,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정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에서 익명의 강원랜드 직원이 민주당 인사 청탁을 시인한 사실을 언급하며 “누구인지 알아봤느냐”라고 질의하자, 함 사장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 뭐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함 사장은 “그럼, 다음 질문하시죠”라고 하자, 정 원내대표는 “왕년에 국회의원 해봤으니까 그따위로 하겠다는 거냐”라고 발끈했다. 함 사장도 “지금 나한테 반말합니까”라고 응수했다.

이제 막 시작한 이 드라마의 전개와 절정, 결말은 검찰에 달려 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 없이는 단군 이래 최대 채용비리를 주제로 한 이 드라마는 '미완성'으로 끝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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