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급전 필요하시죠"… 절박한 심리 악용 보이스피싱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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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7-09-2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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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방통위, 29일까지 피해예방 문자 발송·고지서에 정보 안내

  • 경찰, 기업과 함께 '대출 권유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 캠페인도

#30대 직장인 권모씨는 최근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금융회사 대리라는 A씨가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부모님 추석 선물에 조카들 용돈까지 급전이 필요했던 권씨는 대출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진행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요구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권씨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에야 권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추석 명절 연휴를 틈타 대출을 권유하는 보이스피싱(전화 사기)과 스미싱(문자 결제 사기)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이는 추석명절이 다가옴에 따라 급전이 필요한 서민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 대출을 빙자한 사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실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피해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 대비 대출빙자형 피해액의 비중은 2015년 42.7%였으나 지난해에는 69.8%, 올해(1~6월 기준)에는 71.3%로 늘었다. 이런 탓에 6월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총 10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1%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12일 동안 이통3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알뜰통신사 9월분 요금고지서를 통해 피해예방 정보를 안내하기로 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를 받으면 곧바로 범행에 쓰인 계좌를 동결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강력한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기업과 함께 '대출 권유 전화는 100% 보이스피싱'이라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다면 녹음을 했다가 경찰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 금융감독원이 음성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이용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5월 충남지방경찰청이 피의자 목소리와 신고된 다른 음성자료를 대조해 확인되지 않은 과거 범행까지 밝혀낸 사례도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2015년부터 보이스피싱 사건의 통화 내용에 ‘그놈 목소리’라는 이름을 붙여 인터넷에 공개하는 중이어서 일반인들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빙자형의 경우 경기 위축에 따른 서민들의 대출 수요 증가, 사기 수법의 정교화 등의 요인들로 인해 최근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가 피해자의 62%를 차지하고,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거래 정보 요구에는 일절 응하지 말아야 하고, 최근 개인·금융거래정보를 미리 알고 접근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메신저 내용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출빙자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사기범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기존 대출을 햇살론 등 저금리의 대출상품으로 대체상환해 주겠다며 접근해 대포통장으로 기존 대출금을 넣도록 유도한다.

사기범은 정부 정책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캐피탈사 등으로부터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던 이력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를 설득하기도 한다. 이후 고금리로 받은 대출금을 은행연합회를 통해 즉시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간다고 속여 지정계좌(대포통장)로 돈을 유인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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