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보험업계, 인슈어테크(InsurTech)로 4차 산업혁명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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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7-0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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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칼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사진=정유신교수]



보험업계, 인슈어테크(InsurTech)로 4차 산업혁명 대비해야

은행, 증권, 운용에 이어 보험업에서도 IT와 결합한 서비스 출시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소위 보험업에서 말하는 인슈어테크(InsurTech)가 그것이다. 시장에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금융업 중에서도 보험업의 질적 변화와 양적 성장이 특히 빠를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첫째, 보험업의 자체성격인 ‘산업간 융합’을 꼽는다. 보험업은 보험이란 금융의 성격과 보험대상으로서의 산업성격 예컨대 생명보험, 건강보험은 의료헬스, 손해보험은 자동차, 선박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슈어테크를 통해 보험의 인터넷, 모바일화가 촉진되고,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이 촉진되면, 보험업과 보험대상이 되는 산업간 융합과 그에 따른 전후방효과가 엄청날 거라는 생각이다.
둘째, 보험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보험은 과거 서류상의 데이터정보에 기초해 위험을 계산, 동일한 보험요율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서 보험가입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보험료산정에 쓸 수 있다. 동일한 무사고운전이라 해도 운전습관이 계속 안전운전이면 보험료를 깎아주고 끼어들기, 과속으로 좋지 않으면 보험료를 올려 적용할 수 있단 얘기다. 이는 보험의 효율성증대효과뿐 아니라 안전운전의 생활화 등 사회적 비용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해외 보험업계에선 인슈어테크 바람이 거세다. 특히 선제공격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ICT업계. 글로벌 ICT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구글은 2015년 건강보험을 판매하는 오스카 헬스케어란 업체에 3,250만 달러(한화 약 373억원)를 투자하고, 손목 웨어러블 기기(Misfit)를 통해 보험가입자와 보험료를 연계하고 있다. 이 기기를 차고 걸어서 목표보행수를 달성하면 하루에 1달러, 월 최대 20달러의 보험료할인 혜택을 주는데, 이 서비스하나로 미국 뉴욕, 뉴저지주에서 2년 만에 4만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고 한다. 중국 ICT업계를 대표하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도 인슈어테크를 통해 보험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특히 화제가 된 건 알리바바, 텐센트가 중국 보험 2위업체인 평안보험과 공동출자한 중안보험사(온라인보험). 2015년 당(糖)을 체크하는 건강보험상품 ‘탕샤오베이’ 등을 출시, ‘세계 핀테크 톱100’에서 1위에 올라서서 글로벌 보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위에 오른 이유로는 보험 상품이면서 동시에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 혈당을 전송, 구축하는 빅데이터, 빅데이터를 보고 진단, 처방하는 원격병원 비즈니스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어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한다.
ICT에 이어 보험회사들의 인슈어테크 투자 및 제휴도 적극화되고 있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에트나는 애플과 제휴하여 애플워치와 보험료할인을 연계하고 있고, 운전습관연계보험으로 유명한 프로그레시브는 2011년부터 ‘스냅샷’이란 OBD장치로 운전자의 급정거, 주행거리, 주행시간 등을 분석해 보험료를 깍아주고 있다. 영국의 코오퍼레이티브 인슈어런스, 프랑스의 BNP파리바, 악사 등 대형업체들도 독자적 또는 인슈어테크 업체와 제휴하여 각자 생명건강, 손해보험성격에 맞는 다양한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지만, 우리나라도 금융당국과 업계의 협력을 바탕으로 인슈어테크 움직임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초기엔 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운전습관연계상품 등이 출시되는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 보험요율이 자율화되면서 신상품 개발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수요증가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헬스케어관련 보험 상품 개발이 많아지고, 이제까지 꺼리던 유병자(有病者) 보험 상품도 점차 적극화되는 양상이다.
보험업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흐름이 빨라지게 되면 향후 보험업계도 인슈어테크의 활용압력이 더욱 세질 거라는데 대다수 의견인 것 같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보험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인슈어테크가 보험 판매채널, 상품설계, 보험금 지금 등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면서 그 시장규모가 대폭 확대될 거라고 예상한다. 특히 5~10년 내로 인공지능 판매채널이 등장하면 복잡한 상품을 쉽게 비교,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명확한 기록유지로 불완전판매 다툼도 크게 줄어들 거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보험설계사들은 다양한 상품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무 설계나 건강관리와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보험사들은 모바일과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서 소비자와 언제 어디서나 소통하고 소비자의 특성이 반영된 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따라서 특화된 보험 상품을 기반으로 건강관리서비스 전문회사 또는 일상생활서비스 전문회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인슈어테크 보험시장의 잠재력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을 꼽는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하여 인터넷은행, 온라인자산운용 등 금융시장까지 진출한 시가총액 아시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ICT 업체. 마윈회장은 작년 8월 중국 보험업발전 연차총회에서 향후 보험업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의료헬스시장의 확대는 인터넷, 모바일과 첨단의료기기의 발달과 함께 인슈어테크 보험시장의 급성장을 가져올 거라는 것. 특히 중국의 보험업에 대해 마윈회장은 보험가입자 수가 現 3억 3천만에서 중국 인구수와 같은 13억은 돼야 한다며, 인터넷에 왕민(網民 : 네티즌), 주식시장에 구민(股民 : 인터넷 개미투자자)이 있듯이, 향후 보험시장엔 바오민(保民 : 인터넷 보험가입자)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인슈어테크의 발달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조직보다 어떻게 보험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 상품개발과 설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그런 면에서 보면 보험사의 미래 핵심조직과 인력은 상품개발,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이 될 거란 얘기다.
아무튼 4차 산업혁명과 IoT시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고, 피할 수 없다면 눈을 똑바로 뜨고 돌파하는 게 맞다. 민관이 함께 규제완화와 구조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서 글로벌 경쟁력확보에 매진하자.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ICT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인슈어테크를 보험업에 적극 활용, 저금리 등 구조적 애로를 돌파하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중국자본의 우리나라 보험진출을 우려하기보다 인슈어테크를 앞세워 우리도 발 빠르게 해외진출 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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