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문체부 조사위 구성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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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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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라야 내달 초 조직 꾸려질 듯…예술인들 "대통령령으로 구성해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울사옥에서 열린 출판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블랙리스트 문제는 다신 있어선 안 될 일이며, 이는 재정 지원만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던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뿐 아니라 헌법 위반 사항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3)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문체부와 산하기관, 유관기관에 국정농단 부역자와 공모자가 여전히 잔존해있다'는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의 질문에 "이 부분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구성하려 한다. 관련단체 예술인,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도 조사위에 참여하게 할 것이다. 철저하게 파헤치고 조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후 19일 도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치러진 취임식에서도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이번 주 안에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도 장관은 문체부의 핵심 현안 중 하나로 블랙리스트 청산을 위한 조사위 구성을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문체부 등에 따르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하는 블랙리스트 조사위 구성 논의 등은 이번 주께 이루어질 예정이다. 관련 일정이 다소 늦어진 것은 문체부와 문화예술인들 사이에 위원회 구성·활동 영역, 부역자 판정 기준 등에 대한 의견차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독립·예술영화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먼저 조사 주체로 누구를 들일 것인지부터가 난관이다. 도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출판산업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출판계의 조사위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는 구체적인 협의 과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동안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요구해온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를 비롯해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등이 조사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다음달 3일 열릴 문화예술단체 대토론회 결과에 따라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 구성 근거를 두고도 이견이 나온다. 문체부는 법이나 시행령보다 훈령으로 조사위를 꾸리겠다는 생각이다. 훈령은 문체부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 수 있어 추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화예술계는 상하관계의 기관들 사이의 일반적 명령 수준인 훈령은 조사 범위를 문체부 내부로 한정지을 수 있어, 이보다 높은 단계인 대통령령으로 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 참여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20일 광화문광장에서 감사원이 앞서 13일 발표한 기관운영 감사결과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뺀 채 문체부만 들어있는 것에 반발하며 대통령 직속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의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통령령을 근거로 조사위가 꾸려지면 예술인들의 주장대로 조사 범위가 확대돼 블랙리스트의 '환부'를 더 넓게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본격적인 시행까지 보통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지지부진한 조사위 구성 지적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조사위 활동에 대한 의지와 준비는 충분한데, 파급이 컸던 사안인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기 위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 문체부 조사위 수준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조사기구까지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구성으로 빠르게 진상을 밝히자는 '현실론'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범정부기구로 제대로 짚자는 '원칙론' 사이에서 조사위가 어떤 돛을 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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