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도 성장한 ‘세리 키즈’ 그리고 ‘하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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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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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장하나.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IMF 금융위기에 시름하던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기적’은 한국여자골프의 개척자 박세리(40)가 만든 ‘희망’이었다. 앞만 보고 내달린 박세리가 펼쳐낸 꿈과 희망은 뿌리가 되어 ‘세리 키즈’를 세계 시장에 뿌렸고, 20년이 흐른 세계무대는 태극낭자들이 평정했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인색했다. 이제는 즐겼으면 좋겠다.” 지난해 10월 박세리가 눈물의 은퇴식을 치르던 날, 후배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렇다. 우리의 영웅 세리는 앞만 보며 달렸다.

지난 2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댄스 세리머니’로 인기몰이를 하던 장하나(25)가 돌연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2015년 미국 무대에 진출해 이듬해 3승을 쓸어 담았고, 올해도 호주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개인 통산 4승을 수확했다. 세계랭킹도 10위다. 그런데 잘 닦은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유턴했다. 충격적인 결정이다.

하나의 이유는 하나였다. “그동안 나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더 늦기 전에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우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시상식을 마친 뒤 텅 빈 방에 돌아오면 공허함이 몰려왔다. 진정한 행복이 뭘까 수천 번 자문했다.” 단지 가족과 나누고 싶은 행복을 찾아 돌아왔다.

장하나는 늦둥이 외동딸이다. 미국 진출 이후 아버지 장창호씨(65)와 객지 생활을 하며 떠돌았다. 어머니 김연숙씨(66)는 국내에 홀로 남겨졌다. 우울증과 불면증 탓에 약에 의존하며 외로움과 싸웠다. 1년에 330일을 그렇게 지냈다. 장하나는 “순위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소중한 가치가 뭔지 느끼며 살고 싶다”고 했다.

‘세리 키즈’는 세계가 놀랄 만큼 성장했다. 기량의 크기만큼 마음도 부쩍 커졌다. 성적만능주의에 길들여진 엘리트 스포츠의 나라에서 장하나가 던진 메시지는 한 방을 맞은 듯 짙은 따뜻함을 선사했다. 박세리가 뿌리를 깊게 심고 장하나가 행복 나무의 가지를 뻗었다. 또 다른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심었다. 

장하나는 다음 달 2일 제주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국내 복귀전을 치른다. “어머니와 전국 맛집을 투어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쳐야죠.” 늘 화끈한 세리머니로 웃음 짓던 장하나의 진짜 행복 바이러스가 잔잔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세계 1위보다 가족, 하나의 선택이 반갑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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