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촛불집회 이모저모] 함박눈 펑펑 내렸지만 32만명 집결… 설 앞두고 '조기퇴진세트' 문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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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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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는 영하권의 날씨 속에도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퇴진을 촉구하는 제1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조득균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영하권의 날씨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1월의 마지막 촛불집회'이자 '13번째 촛불집회'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지난 한 주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을 통해 새로운 의혹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열린 첫 집회인 만큼 재벌총수들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 2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1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이란 주제로 13차 촛불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즉각퇴진과 조기탄핵, 적폐 척결 등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32만여 명이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웠고, 부산·광주 등 지역에서도 3만24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의 주요 구호는 '박근혜 퇴진하라' 또는 '이재용 구속하라'였다. 시민들은 법원의 결정을 규탄함과 동시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영장을 재청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날 구속된 만큼,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탄압에 대한 규탄 목소리도 거셌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행사가 종료된 오후 7시 30분쯤부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청와대 200m 앞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종로구 북촌로의 헌법재판소, 중구 남대문로의 롯데백화점 본점 앞 등 3경로로 나뉘어 진행됐다.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한문 앞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탄기국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 "이 자리에 150만명이 모였다"고 밝히자 일대에 몰려있던 집회 참가자들이 동시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 도심에 193개 중대 약 1만55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해 집회 및 행진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 주민들과 춘천 시민들까지 버스를 타고 상경하는 등 지난주보다 2배 이상 많은 35만명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행진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 1도에 눈발까지 날리면서 혹독한 추위가 이어졌지만 대통령 퇴진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시민들은 매서운 강추위 속에서도 뚜꺼운 장갑과 목도리로 몸을 싸매고 핫팩으로 언 손발을 녹여가며 집회에 참여했다.

​○…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시민사회단체와 노점상인·철거민들이 희생자 추모와 함께 강제퇴거 없는 세상을 바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용산참사 8주기 추모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께 광화문역 해치마당 출구 앞에서 '강제퇴거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발언대'를 진행했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한 철거민 등이 건물을 점거하던 중 경찰의 진압으로 총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 본 집회에 앞서 다양한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민중대회에 이어 오후 5시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자유발언대에 올라 '박근혜 정권 퇴진'과 '재벌총수의 구속'을 촉구했다. 발언대에 오른 20대 남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도 특검이 재청구해 반드시 구속시켜야 한다"며 "매서운 추위에도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또 다른 20대 여성은 "이재용 기각 소식을 듣고 분노해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직접 이 자리에 와보니 촛불의 열기가 더욱 뜨겁게 와닿았다"고 밝혔다.

​○…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7시 30분부터 청와대 및 헌재와 함께 SK본사·롯데백화점 등 인근의 재벌 대기업 건물로 행진했다. 특히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종로타워에 다다르자, 건물을 둘러싸고 '이재용을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해당 건물에는 삼성증권 종로점이 위치해 있다. 거리행진 도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얼굴 사진을 가면으로 만들어 쓴 연기자가 '광화문 구치소'라 쓰인 철창 안으로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터뜨리며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설날을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집회 참가자들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설 명절 선물세트'란 피켓을 들고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피켓 속 선물세트엔 '박근혜 프리미엄 조기퇴진세트' '김기춘 구속햄' 등의 재치있게 풍자한 문구가 상품명으로 적혀 있었다. 이 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한 30대 남성은 "촛불집회에 나오기 전 주변 동료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며 "다음주 설날을 맞이해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네지를 선물세트에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 보수단체들도 도심 곳곳서 태극기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대회(탄기국)'가 주최한 맞불 집회 발언대에 선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 등을 향해 "어둠의 세력이자 망국의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대한문 앞으로 이동해 탄기국 집회에 합류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15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 퇴진행동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13차례 연속 열린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는 오는 28일 설 연휴로 인해 열리지 않는다. 다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합동 차례는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월 4일 '14차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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