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증권사 보고서, 투자 길잡이 역할 제대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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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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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최근 국내 기업이 2분기 잇따라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문제는 투자자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증권사 보고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 악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 매도를 권하는 증권사 리포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 현 금융투자업계의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성립 사장이 지난 6월 25일 회사의 2분기 손실을 언급했지만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한 건도 없었다. 7월 14일 대규모 손실 소식이 알려진 후 몇몇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2분기 3조원대 손실을 발표했고 주가는 같은달 14일 1만2500원에서 이달 3일 7010원으로 44% 가까이 떨어졌다.

한미약품도 마찬가지다. 일부 증권사는 어닝쇼크 발표 직전까지 이 회사 목표주가를 최고 73만원까지 상향했다가 실적 발표 이후 뒤늦게 목표주가를 낮췄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실적 발표일인 지난달 29일 이후 이달 3일까지 31% 넘게 빠졌다.

이런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고서의 초점이 투자자가 아닌 기업에 맞춰져 있어서다. 법인영업과 얽혀있는 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애널리스트는 기업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개중에는 기업의 출입금지 통보나 개인투자자의 협박성 항의를 받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예 분석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가짜 백수오 사태 논란 때 내츄럴엔도텍을 담당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여기저기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 종목을 더 이상 커버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증권사 부실 보고서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커지자 일부는 최근 들어 호실적 기업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여론잠재우기식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까 우려된다. 증권사 보고서는 개인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투자 참고서가 돼야 한다. 기업 눈치만 보다 결국은 발 빼는 무책임한 행태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증권사 보고서의 독립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와 함께 투자자에게도 성숙한 투자문화가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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